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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하정우 "점잖은 사람도 골프채 들면 변해…자존심 긁어"[인터뷰]②

김보영 기자I 2025.04.02 16:05:29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 자체가 블랙코미디"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로비’의 연출 겸 주연을 맡은 배우 하정우가 접대 골프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게 된 과정과 직접 경험하며 느낀 ‘골프’의 독특한 특성과 매력을 전했다.

하정우.
하정우는 영화 ‘로비’가 개봉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쇼박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다. ‘로비’는 하정우가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 이후 약 10년 만에 선보인 세 번째 연출작이다. 하정우 본인이 주인공을 맡은 가운데, 김의성, 박병은, 강말금, 곽선영, 강해림, 이동휘, 차주영, 최시원, 박해수 등이 출연해 호흡을 맞췄다.

하정우는 10년 만에 ‘접대 골프’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게 된 과정을 전했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 때 쉬면서 뒤늦게 골프를 처음 배우다 빠지게 됐다”고 말문을 열며 “일찍 라운딩에 나가서 골프를 치기 시작했는데 너무 화가 나더라. 이 스포츠는 다른 게임, 스포츠와 달리 ‘골프를 잘 치느냐, 못 치느냐’가 사람의 인격 수준과 연결되는 느낌이 들더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골프가 잘 되는 날은 기분 좋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느낌인데, 골프가 망한 날은 내 자신이 비참해지더라. 이건 대체 뭘까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며 “골프를 치는 주변 사람들을 봐도 골프장 밖에선 온순하고 얌전하고 세상 엘레강스한 사람이 골프채만 들면 이상하게 변하는 거다. ‘저 사람이 저 정도 인간이었나?’ 정도까지 변해있다. 어떨 땐 속물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골프의 특이한 매력을 밝혔다.

이어 “그 사람의 나이와 지위를 막론하고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면모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자체가 아이러니하면서 블랙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면서 이게 참 아이러니하고 웃기고 블랙코미디다. 아침에 골프장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 백이면 백 다 하는 소리가 ‘다 몸이 안 좋다’다, 다쳤다, 잠을 못 자 컨디션이 안 좋다고 밑밥을 깐다”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정우는 “또 골프는 희한하게 재밌는 100원짜리라도 내기를 해야 재밌다. 그 내기에 목숨을 건다. 내기하다가 화가 나서 중간에 골프백 들고 집으로 가는 사람도 봤다”며 “그 정도로 너무 예민한, 인간의 어딘가를 긁고 찌르는 운동이더라”고 전했다.

또 “이게 겉으로 보면 화려하고 시설 좋고 고급지다. 한 골프장에 모인 어른들이 정말 어린 애들처럼 변해 네 다섯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웃기더라. 이걸 영화 소재로 써야겠다 생각이 들었다”고 영화화한 계기를 밝혔다.

스스로의 직접, 간접 경험도 영화에 녹여냈다고 털어놨다. 하정우는 “어떤 인물이 이 장소에 오면 재미있을까 생각했다. 우선 제가 연예인이지 않나. 꼭 형님들이 저를 골프 라운딩에 초대하신다. 그 모임엔 꼭 제가 모르는 사람 한 두 명이 꼭 껴 있다”며 “날 모르는 그 사람들이 처음에는 ‘하 배우’ 예의를 갖춰 부르다가 골프 후 한 시간만 지나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제가 골프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도 한다. 그렇게 낯선 사람들이 조금씩 선을 넘다가 결국 ‘말 놓고 지내자’고 한다. 그렇게 관계가 이상해진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런 과정이 좋았던 부분도 있고 어떤 때는 되게 불편한 채로 헤어진 사례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엔 꼭 연예인 캐릭터가 하나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영화의 스토리에 얽힌 비하인드도 밝혔다. 그는 “고등학교 동창 중에 공무원인 친구가 하나 있다. 그 친구의 골프백 네임 태그에 본인 이름이 아닌 자기 아들 이름이 써 있더라. ‘나는 공무원이고 로비를 받으면 안돼서 그렇다’고 조심스럽다고 하더라”며 “이렇게까지 조심해야 하냐고 물으니 애초에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다 하더라. 회사나 업체에서 자기들의 제품이나 기술이 채택되게 하려 그렇게 로비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런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평상시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광활하지만 왠지 모르게 은밀한 골프장에 모여 하루를 보내며 벌어지는 일들로 이야기를 구성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로비’는 2일 오늘부터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골프채만 들면 멀쩡한 사람도 이상해지는 이유도 전했다. 하정우는 “골프를 칠 때 제일 중요한 게 힘을 빼는 건데 하다 보면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멀리 치고 싶고 잘 치고 싶다”라며 “또 골프공을 멀리 칠수록 사람이 추앙을 받는 면도 있다. 남자들끼리 칠 땐 서로의 남성성을 과시하려는 모습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의 자존심을 긁는 부분이 있다. 저 역시 그렇게 변한다는 게 너무나 웃기다”며 “다른 사람이 샷을 실수하면 겉으론 내색 않지만 속으로 다들 좋아한다. 그런 모습이 너무 웃기다. 앞에 사람이 잘 치면 꼭 뒤에 사람이 실수한다. 앞에 사람이 못하면 꼭 뒤에 사람이 잘 친다. 끝을 봐야 이 게임을 진짜 안다”고 덧붙여 폭소를 자아냈다.

‘로비’는 2일 오늘 개봉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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