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최은영의 패셔니스타②]중년의 팜므파탈...'2008 김희애 vs 2009 전인화'

최은영 기자I 2009.03.17 14:55:10
▲2008년 '내 남자의 여자'의 김희애(사진 왼쪽)와 2009년 '미워도 다시 한번'의 전인화.

[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팜므파탈(femme fatale).

프랑스어로 '숙명적인 여자'를 뜻하는 팜므파탈이 2009년 들어 새 옷을 입고 있다. 더 이상 '팜므파탈'은 나쁜 여자를 뜻하지 않는다.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당당하고 섹시한 스타일의 전형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년의 팜므파탈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굳이 20대의 풋풋함이 아니어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40대의 원숙미로 입증해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스타가 바로 요즘 KBS2TV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톱스타 은혜정으로 분해 파격 변신을 선보이고 있는 전인화다. 요즘 아줌마들, 특히 청담동 일대 사모님들 사이에선 전인화의 극중 은혜정 스타일이 단연 인기다.

전인화가 드라마에서 선보인 의상에 액세서리는 실제 매장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전인화 본인의 소장품이었다는 돌체앤가바나 리본 장식 진주목걸이는 이미 출시가 중단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매장에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을 정도다.

최근 전인화, 아니 은혜정 패션 붐은 2008년 '내 남자의 여자' 김희애가 몰고 온 이화정 신드롬과 자연스럽게 교차된다. 때문에 두 사람은 '중년의 팜므파탈'로 곧잘 비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남자를 유혹하는 그녀들만의 패션 필살기는 과연 무엇일까.

드라마 속 패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극중 캐릭터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2008년 중년의 팜므파탈을 선도한 김희애는 당시 친구의 남편을 유혹하는 40세 전직 성형외과 전문의 화영 역을 맡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화영은 충동적이면서도 화려하고 현실적이면서도 지적인 성격의 소유자.

김희애의 바통을 이어받은 전인화는 드라마 속에서 극중 유부남 정훈(박상원 분)의 50대 초반 내연녀로 직업은 영화배우다. 소녀가장으로 연예계에 입문, 스타로 자리매김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한마디로 외롭다. 첫사랑 정훈과 만나 위안을 얻지만, 신분의 벽 앞에 결혼의 꿈은 좌절되고 대신 남자의 마음만을 평생 끌어안고 사는 독한 여자다. 한마디로 여배우로서의 화려함에 여자로서의 외로움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두 사람의 캐릭터는 남의 남자를 유혹하고 가로챈다는 측면에선 상당 부분 닮아 있다. 캐릭터상 유사점이 많은만큼 패션스타일 또한 다를 수 없다.
 
▲ '중년의 팜므파탈'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전인화(사진 왼쪽)와 김희애.


첫번째 공통점은 '색감'. 팜므파탈의 전공색은 블랙 앤 화이트, 그리고 레드 등이 첫 손에 꼽힌다.

과거 김희애는 레드와 블랙을 주 컬러로 사용해 강렬한 중년의 아름다움을 표출했고, 전인화 또한 블랙&화이트의 시크함을 살린 의상을 주로 선보이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팜므파탈 룩에 파스텔톤은 NG 컬러임으로 일절 배제하고 보는 것도 같다. 전인화의 드라마 속 패션을 책임지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김영주 실장은 "팜므파탈 캐릭터의 특성상 블랙 앤 화이트를 기본으로 차가운 느낌을 살리고 강렬한 느낌을 위해 파스텔톤 의상 대신 파랑, 빨강 등 비비드한 컬러의 옷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몸의 실루엣을 은근히 드러내는 의상에, 하이힐도 중년의 팜므파탈을 완성해내는 필수 요소로 꼽힌다. '내 남자의 여자' 김희애가 그러했듯 '미워도 다시 한번' 전인화도 발목이 꺾일 듯 아슬아슬한 높이의 하이힐을 곁들여 팜므파탈로의 변신을 마무리 해내고 있다.
 
물론 극중 직업이 다른 만큼 두 사람간 스타일적 요소가 100% 같을 순 없다. 가장 큰 차이는 헤어스타일. 김희애는 '화영'으로 변신하기 위해 헤어스타일에 특히 공을 들였고 헤어숍만 수십 군데를 거친 끝에 '뽀글이 파마'를 선보여 당시 청담동 일대 트렌드세터들의 눈길을 확실히 사로잡았다. 단발 길이의 컷에 웨이브 펌을 강하게 넣어 볼륨감을 살린 당시 헤어 스타일은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초절정 유행을 선도한 바 있다. 물론 이 같은 헤어스타일이 빛날 수 있었던 건 김희애가 선보인 럭셔리 룩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반면, 전인화는 내추럴하게 흘러내리는 헤어스타일로 또 다른 분위기의 팜므파탈을 선보이고 있다. 세련된 웨이브 업 헤어스타일로 도도한 악녀 이미지를 완성하고 있는 것. 이는 극중 배우라는 직업적 특성이 어느 정도 고려된 선택이었다는 게 전인화 측 설명이다.

드라마 속에서 배우로 등장하는 만큼 팜므파탈적 요소에 무엇보다 변신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이중 과제를 안고 스타일링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인화는 변화를 주기 편한 내추럴 웨이브 업 헤어에 스키니진부터 정장까지 김희애 보다는 한층 더 폭넓은 패션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중년의 팜므파탈 룩을 연출할 때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의상의 소재가 그것이다. 면은 섹시한 느낌과는 거리가 먼 소재임으로 기피 대상 1호. 대신 시폰이나 실크 등 몸의 실루엣을 은근히 드러낼 수 있을만한 소재의 의상을 선택하는 게 좋다.

▶ 관련기사 ◀
☞[최은영의 패셔니스타①]'말' 대신 '색'을 품다...新 '악녀' 스타일 코드
☞최명길, H라인 유행선도...'회장님 스타일, 내게 맡겨~'
☞'악녀' 전성시대, 왜?...알고보면 지극히 뻔한 유행 공식
☞[최은영의 패셔니스타]블랙, 퍼...F4의 절대지존, '구준표 스타일' 완벽 해부
☞[최은영의 패셔니스타]강성연vs엄지원, 자존심을 건 흑백의 美 대결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