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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톱스타 겸 제작자 마고 로비가 할리퀸 이미지를 벗고 영화 ‘바비’로 돌아와 여름 극장가를 조준한다. 인생 첫 내한을 통해 한국 팬들, 취재진과 소중한 시간을 보낸 그가 핑크빛 바비 랜드로 올 여름 한국의 관객들을 극장에 불러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영화 ‘바비’의 내한 기자간담회에는 그레타 거윅 감독과 마고 로비, 아메리카 페레라가 최초로 내한해 한국의 취재진을 만났다. ‘켄’ 역의 라이언 고슬링은 개인사정으로 스케줄 조절이 불가능해 내한 일정에 참석하지 못했다.
‘바비’는 이 영화의 판권을 소유했던 마고 로비가 제작자로 나서 그레타 거윅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제안하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레타 거윅은 배우 겸 감독으로, 첫 연출작인 ‘레이디 버드’의 골든 글로브 작품상 수상, ‘작은 아씨들’로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주목을 받은 차세대 거장이다. 여기에 ‘결혼 이야기’로 아카데미 각본상에 노미네트된 노아 바움백 감독이 공동 각본으로 참여하며 지금의 드림팀 조합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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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레타 거윅 감독에 대해 “영화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많다”며 “그리고 영화와 영화사, 감독, 제작, 기술 전반에 박학다식하고 그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있다. 그런 사람과 작업하는 데 있어서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적 측면에서 감독 지휘 아래 많은 노하우를 활용했다. 카메라를 통해 구현하려고 한 다양한 효과에 대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도 귀띔했다.
마고 로비는 “그레타 거윅 감독은 작가로서도 뛰어난 능력이 있고 사람으로서도 좋은 사람”이라며 “5년간 ‘바비’ 작업을 해왔는데 내가 존중할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작업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처음 든 생각은 마고 로비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감이 컸다”며 “마고 로비는 배우 겸 제작자이기 때문에 그간 참여했던 작품들도 뛰어나 기대가 됐다”고 연출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사실 두려움이 크다”며 “‘바비’라는 캐릭터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고 많은 중들이 (그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했다”고 결심이 쉽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또 “어쩔 땐 바비가 시대를 앞섰고, 어쩔 땐 시대에 뒤처졌기 때문에 기대감과 두려움이 있었다”며 “동시에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마고 로비는 ‘바비’에서 실제 바비 인형과의 놀라운 싱크로율로 180도 다른 연기 변신을 꾀했다. 마고 로비는 “전형적인 바비가 내 배역이었다”며 “1959년 처음 만들어졌던 금발 머리 바비라는 이야기다. 이미 박스에 들어가 있는 바비라고 생각하며 임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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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는 인형으로부터 그것을 배우게 된다”며 “인형은 여성이 아니다. 여성을 대표하는 것이고 여성처럼 하지만 영화를 통해 관객분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싶었다. 그레타 거윅의 감독의 연출엔 유머 코드도 있고 사회적 메시지도 잘 짜여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바비를 연기한 마고 로비 자신은 정작 어린 시절 바비를 갖고 놀지 않았다고. 마고 로비는 “어렸을 때 나는 바비를 갖고 놀지 않았다. 진흙탕에서 도마뱀을 잡고 놀았다”며 “다만 친구집, 친척집 모든 여자 아이들이 바비 인형을 갖고 놀았던 것이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던 메시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젠 ‘바비’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져서 ‘바비’의 정체성이 곧 모든 사람들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봐도 될 정도”라며 “모든 여성이 ‘바비’고, 모든 ‘바비’가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바비’는 이처럼 바비가 표방하고 있던 정체성들을 붕괴시키는데서 시작되며, 그 점이 멋진 아이디어로 다가와 이 작품의 연출을 결심했다고도 부연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마고가 연기한 전형적인 ‘바비’는 한마디로 ‘바비’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였다”며 “사람들은 바비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나. 내 엄마가 어릴 적 그 전형적인 이미지 때문에 바비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 전형적인 이미지가 현실 속 글로리아와 만나면서 정형성을 넘어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로 만드는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어글리 베티’ 시리즈로 잘 알려진 ‘글로리아’ 역의 아메리카 페레라도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공감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아메리카 페레라는 “성인 여성의 이야기를 영화 ‘바비’를 통해 한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생각하게 만들고 철학적인 영화가 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참여했다”고 영화를 향한 확신을 드러냈다.
이어 “‘바비’에 대해 좋다, 나쁘다를 평가할 순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바비’가 우리에 대해 뭘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중요한 건 우리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리가 자신을 축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가장 최고 버전이며 완벽히 태어났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전 세계 모두에게 잘 알려진 ‘바비’란 브랜드를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데 부담을 느꼈지만, 이 영화가 그만큼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마고 로비는 “바비라는 인형 자체의 콘셉트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안다”면서도, “바비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이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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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남성분들도 ‘바비’를 보시면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라며 ”핑크색으로 집을 한 번 꾸며보시길 바란다“고 웃음 지었다.
인생 첫 내한 일정을 따뜻하게 환대해준 한국 팬들을 향한 고마움도 전했다. 마고 로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열광적으로 환대해주셨다”며 “눈물이 날 뻔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제 생일을 기념했던 적은 없던 것 같다”고 감동했다.
한편 마고 로비가 주연 및 제작을 맡고, 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 각본에 참여한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 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 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7월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