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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정이’가 완성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故 배우 강수연에게 공을 돌렸다. 강수연은 지난해 5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정이’는 그의 유작이다.
연 감독은 1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정이’ 제작보고회에서 “강수연 선배가 맡은 윤서현이란 인물은 크로노이드 연구소에서 ‘정이 프로젝트’의 연구팀장이 되어 전투 A.I. 개발에 힘쓰는 인물”이라며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해 A.I.로 만들고자 하는 딸이기도 하다. 연구를 성공시킴으로써 어머니를 영원한 영웅으로 만들려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연 감독은 ‘정이’란 작품은 윤서현이란 인물의 사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야기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인물이기에, 윤서현이란 배역을 맡길 배우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연 감독은 “윤서현이란 인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누가 연기할 수 있을까 고심했다”며 “그러던 중 갑자기 강수연 선배님의 이름이 생각났고, 넷플릭스와 강수연 선배님 본인에게 (강수연 선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화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옥’ 촬영 도중 캐스팅 제안을 드렸는데, 전화하는 내내 긴장돼 겨땀(겨드랑이 땀)이 엄청 났다”며 “강수연 선배는 ‘정이’의 시작이자 원동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연 감독은 “강수연 선배가 유독 류경수 배우를 예뻐했다”며 “류경수 배우는 누나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귀염둥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강수연과 함께 호흡을 맞춘 류경수와 김현주는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한때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목소리로 ‘열정적인 배우’이자 ‘존경받아 마땅한 선배’라고 했다.
크로노이드 연구소장 상훈 역을 맡은 류경수는 “(강수연 선배와) 극중 90% 이상 만날 정도로 함께 연기하는 시간이 많았다”며 “상훈이란 인물은 윤서현 팀장님 바라기 캐릭터인데, 연기하면서 선배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투영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고, 지금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다”며 “이 자리를 빌어 감독님께 ‘정이’를 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이 역을 맡은 김현주는 “처음 강수연 선배와 함께 연기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말이 되나?’라는 생각을 들 정도로 놀랍고 겁도 났었다”며 “늘 반갑게 인사해 주셨는데, 현장에선 최고의 동료 배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진지했고 열정적인 배우였다”며 “선배님이 안 계셨다면 두 사람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선배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이’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오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