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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서 구질 바꾸고, 팜스프링에서 퍼트 다듬은 박보겸, KLPGA 개막전 우승

주영로 기자I 2025.03.16 18:00:44

박보겸, KLPGA 개막전 블루캐니언서 통산 3승 신고
하와이 전지훈련서 2주 동안 구질 변화 훈련
팜스프링 이동해 김해림 코치와 퍼트 훈련 구슬땀
장점 살리고 약점 보완하니 실력 '쑥'
삼천리스포츠단 톱10에 5명 '경사났네'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1위도, 2위도 삼천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같은 모자를 쓰는 2명이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졌다.

박보겸이 16일 태국 푸껫의 블루캐니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 마지막 날 4라운드 4번홀에서 힘차게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KLPGA)
박보겸은 16일 태국 푸껫의 블루캐니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8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뽑아내고 보기 2개로 막아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적어낸 박보겸은 이날만 7타를 줄이며 추격한 같은 팀 소속 고지우의 추격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7년 프로가 된 박보겸은 2021년이 돼서야 KLPGA 투어에 입성했다. 첫해 상금랭킹 61위에 그치면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2년 차 시즌도 29개 대회에 출전해 14번이나 컷 탈락하면서 적응하지 못했다. 2023년 5월 교촌 레이디스 오픈에서 투어 첫 승을 거뒀지만, 그 뒤로도 상위권에 드물게 이름을 올린 박보겸은 상금랭킹 34위에 만족했다. 그해 우승한 선수 가운데선 상금순위가 가장 낮았다.

2024년부터 조금씩 성적이 났다. 9월 KG레이디스 오픈에서 배소현과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했고, 한 달 뒤인 10월에 상상인 한경 와우넷 오픈에서 투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과 준우승을 포함해 5차례 톱10을 기록한 박보겸은 상금랭킹 20위에 올라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성적을 거뒀다.

올 시즌은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안강건설의 후원을 받았다. 그러나 후원사가 경영 위기에 놓이면서 계약금 일부를 받지 못하고 새 후원사를 찾아 떠돌았다. 삼천리가 박보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삼천리스포츠단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유망주와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를 발굴해왔다. 작년 신인왕 유현조와 3승으로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마다솜이 삼천리 모자를 쓴 뒤 가파르게 성장했다.

박보겸은 새 모자로 바꿔 쓰자마자 그동안 끌어내지 못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시즌 개막에 앞서 미국 하와이와 팜스프링스에서 가진 6주 훈련이 박보겸의 골프인생을 바꾼 터닝포인트가 됐다.

박보겸은 170cm의 비교적 탄탄한 체구지만, 장타력은 부족했다. 작년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41야드로 30위에 머물렀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떨어지는 페이드 구질 때문이었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페이드 구질을 선호했지만, 비거리에선 손해를 봤다.

2주 동안 하와이에서 김상균 전 한화큐셀골프단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페이드를 드로(왼쪽으로 휘어지며 떨어지는 구질) 구질로 바꿨다. 그 결과 거리 증가에 도움을 줬다. 드라이버샷의 자신감을 찾은 박보겸은 이어 팜스프링스로 이동해 지유진 삼천리스포츠단 부단장, 김해림 코치와 퍼트 훈련에 집중했다. 거리와 방향성에서 정교함이 떨어졌던 부분을 보완했고, 긴장감 속에서 홀아웃하며 퍼트 성공률을 높이는 훈련으로 자신감을 키웠다. 그 효과가 시즌 개막전에서 나왔다.

지유진 부단장은 “박보겸 선수는 샷과 쇼트게임 기술과 비교해 퍼트의 정교함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었다. 4주 동안 퍼트 훈련에 집중하면서 약점을 보완하고 떨어졌던 자신감을 높이는 훈련을 했다”며 “처음 훈련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훈련 뒤엔 거의 약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갖추게 됐다. 올해 정말 기대가 큰 선수다. 지금의 경기력을 계속 이어간다면 시즌 3승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박보겸과 고지우가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진 데 이어 유현조 4위(12언더파 276타), 마다솜 공동 5위(11언더파 277타), 전예성 10위(10언더파 278타)까지 삼천리스포츠단 소속 선수 5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삼천리스포츠단은 개막전에서 소속 선수들의 맹활약이 이어지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지유진 부단장은 “올해는 삼천리 그룹의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소속 선수 모두가 더 열심히 훈련하며 합작 7승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다”며 “박보겸 선수가 팀의 맏언니로 새 시즌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고 말했다.

이가영이 단독 3위(13언더파 275타), 리슈잉과 김수지, 안삐차야 유볼(태국), 황유민은 공동 5위, 일본의 강자 야마시타 미유는 공동 11위(9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쳤다.

삼천리스포츠단 소속 선후배 유현조(왼쪽)과 박보겸이 16일 태국 푸껫에서 열린 KLPGA 투어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 4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공의 방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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