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헨더슨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한국의 피 녹아들어"

이석무 기자I 2012.02.29 14:51:03
▲ 벤 헨더슨. 사진=이석무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계 혼혈 파이터 벤 헨더슨(29.미국)이 챔피언 벨트를 들고 국내 팬들앞에 당당히 섰다.
 
헨더슨은 29일 서울 상암동 상암CGV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혈통이라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를 통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 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헨더슨은 지난 26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UFC 144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전 챔피언 프랭키 에드가를 제압하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UFC는 종합격투기에서 가장 크고 권위있는 단체로 '격투기의 메이저리그'라 불린다. 한국계 선수가 UFC 챔피언 벨트를 거머쥔 것은 헨더슨이 처음이다.
 
헨더슨은 어릴 적부터 태권도를 수련하고 김치를 즐겨 먹을 정도로 자신이 한국의 피를 가지고 있음을 잊지 않았다. 학창시절 레슬링 선수로서 주목받았던 헨더슨은 대학을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격투기에 뛰어들었고 WEC 챔피언에 이어 UFC 챔피언까지 거머쥐었다.
 
경기 일정을 마치고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헨더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나타냈다.
 
다음은 헨더슨과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챔피언으로서 한국에서 보낸 첫 날 밤이 어땠나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챔피언이 됐다는 것은 큰 영예였다. 격투기는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만 항상 이기길 바라면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동료들과 열심히 훈련했고 실전에서도 힘든 시합을 했다. 그래서 결국 이겼고 이렇게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 기분이 좋았다.
 
-긴 머리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이유는 뭔가
▲내 머리가 다르게 달라질 일은 없다. 절대 안바꿀 것이다.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는다. 계체량에 큰 문제는 없다. 그 정도는 내 노력으로 뺄 수 있다. 머리가 경기하는데 시야를 가리는 경우도 있지만 난 이 머리 스타일로 싸우는데 익숙하다.
 
-한글로 된 문신을 몸에 새긴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한글 문신을 새긴다면?
▲몸에 새긴 '힘'과 '명예'라는 글자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항상 기도를 하는데 이 두 가지를 잊지 않으려 한다. 특히 오늘날은 명예라는 부분이 결여돼있다. 명예라는 코드를 갖고 살아가는 것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에 이 문신을 새겼다. 라틴어로 '신과 함께 있다'는 뜻을 새기고 싶다. 만약에 한국말로 새긴다면 내 별명인 '스무드(smoothe 부드럽다)'는 뜻이 말을 새기고 싶다
 
-타이틀전을 치르기 전에 진다면 웰터급으로 올릴 수도 있다고 했는데 체급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그렇게 얘기한 적은 없다.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일 뿐이다. 내 체급은 라이트급이라 생각한다. 계속 이 체급에 머물러서 라이트급의 모든 선수들을 제압하고 싶다
 
-김치와 관련된 별명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김치 파이터나 김치 파워 모두 좋아하는 별명이다. 김치를 어릴적부터 너무 좋아했다. 김치를 매끼니 먹었기 때문에 김치와 연관된 별명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어릴적 한국에 대해 어떻게 들었는가. 스스로 한국인이라 생각했던 계기가 있었는가
▲자라면서 한국 혈통이라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특별한 사건은 생각하기 어렵다. 어릴 적에 내 인종에 대해 물어보면 난 흑인인 동시에 한국인이라고 답했다. 가구 조사를 할 때도 '기타'라고 대답하고 '블랙&코리안'이라고 썼다. 부끄럽거나 차별을 받은 기억은 없다. 우리 어머니는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기 보다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피가 녹아들어갔다.
 
-태권도를 어릴 적부터 수련했는데 챔피언이 되는데 도움이 됐는가
▲태권도는 기술적 부분보다 육체적으로 단련하는데 도움이 됐다. 파이터로서 내 기술적인 베이스는 무에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 스파링할 때 상대를 뒤로 물러설 수 있게 할 수 있다. 무에타이와 태권도를 섞어서 쓰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태권도가 좋은 것은 엄격함이다. 정신적인 수양이 가장 중요하다. UFC 챔피언이 되지 못하더라도 바뀐 것은 없다. 언제나 목표는 지상 최고의 파이터가 되는 것이다. 최고의 파이터 중 한 명이 아니라 최강의 파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다.
 
-타이틀전이 끝나고 나서 챔피언 에드가가 이겼다고 손을 들었는데
▲복싱에선 챔피언이 판정으로 지면 논쟁이 나오기 마련이다. 챔피언이 되려면 도전자는 KO를 시켜야 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MMA는 조금 다르다. 에드가 또한 비제이 펜을 근소한 판정으로 이겼다. 에드가가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선수는 싸우고 난 뒤 내가 이겼다고 생각한다. 내가 챔피언이 아니라 MMA의 팬으로서 느낀다면 에드가가 조금 안됐다고 생각한다. 에드가는 2명의 선수와 재경기 포함, 총 4번의 경기를 가졌다. 그런데 이번에 판정으로 졌다고 해서 리매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누구와 상대하든 나는 싸울 것이다.
 
-앞서 앤서니 페티스에게 한 차례 패한 적이 있는데 패인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만약 도전자로 결정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에 페티스가 다음 상대로 나온다면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현재 내 벨트를 노리는 선수가 줄지어있다는 것이다. 내가 할 일은 UFC가 정하는 선수와 케이지에서 싸우는 일이다. 만약 페티스와 싸운다면 특별한 전략없이 완전히 때려눕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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