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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의 개봉을 앞두고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수현은 재완(설경구 분)이 재혼한 젊은 부인 ‘지수’ 역을 맡았다. ‘지수’는 네 인물 중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아이들의 범죄 현장을 목격한 뒤 혼란에 휩싸인 어른들 중 가장 중립적인 시선에서 사건의 흐름과 핵심을 바라보는 관찰자같은 캐릭터다. 특히 나이 많은 동서 연경(김희애 분)과 빚어내는 묘한 기싸움과 심리전이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유발하며 뜻밖의 관전 포인트로 작용하기도 한다.
데뷔는 2005년에 했지만, 할리우드에서 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던 수현은 영화 ‘보통의 가족’을 통해 그토록 원했던 한국 영화에 처음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광을 경험했다. 여러모로 수현 개인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작품.
수현은 첫 한국 영화가 시사회 이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소감을 묻자 “좋다. 뿌듯하기도 하고 사실 촬영할 때부터 내내 든든했다. 감독님도 그렇고 촬영 감독, 스태프들도 워낙 경력직이시고 선배님들이 계시니 그때도 든든했지만 지금도 그렇다”고 답했다.
첫 영화로 ‘보통의 가족’을 택한 이유로는 “허진호 감독님이 가장 큰 이유였기도 하지만, 캐릭터가 의외성이 있는 캐릭터라 좋았다”며 “또 굉장히 일상적인 캐릭터를 맡고 싶었는데 그 부분도 좋았다. 역할을 봤을 때 스스로 나에게 맞는 옷인 거 같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게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예전에 처음 영화 제안이 들어왔을 때를 생각해보면 자신은 ‘이런 여성 캐릭터가 좋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등 포인트가 있는 영화가 좋더라. 그 전에 제안받았던 작품들 중에선 너무 야한 노출만 있다든지 그런 역할도 많았고, 다크한 것도 있었는데 그런 것은 선뜻 선택이 어렵더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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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느낀 지수란 캐릭터의 매력도 밝혔다. 수현은 “의외성이다. 이 여자도 겉으로는 재완의 ‘트로피 와이프’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알고 보면 그녀의 배경도 너무 우리 예상과 다른 부분이 있고 나름의 성장이 있다. 초반부터 자기만의 분명한 색깔, 생각이 정해진 캐릭터가 아니라 상황을 봐 가면서, 이 가족들도 파악해가면서 성장하는 그런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라며 “어린 엄마라는 점에서도 시기적으로 비슷한 공감대가 있고 그 부분에서도 역시 아직은 부모로서 확고한 입장이 아니라 미숙한 부분이 있다. 연경(김희애 분)은 어떤 엄마인가도 계속 지켜보며 점차 생각을 확립해나가는 그런 캐릭터라 좋았다”고 전했다.
또 “저는 지수를 마인드가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왜 아이들의 생각을 궁금해 하지 않아요’, ‘왜 아이들은 대화에 안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런 아주 기본적인 것을 일단은 재조명하는 캐릭터”라며 “그런 면에서 공감이 많이 갔던 거 같다. 영화 안에서 지수가 흰색 옷을 입은 것도 때 묻지 않은 어떤 모습을 상징한다. 그러면서도 중립적인 모습, 순수한 모습을 상징하기 위해 감독님이 흰옷을 입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배우이자 5살 딸을 둔 엄마로서 자신이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도 그렇다고 털어놨다. 수현은 “아기가 여자아이인데 그래서 저는 여성으로서 내가 멋지게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이루고 싶다”며 “여성으로서의 존재감, 여성으로서의 자존감 그런 것을 나 역시 되게 중요시한다. 그런 모습을 가장 보여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어 “모든 시스템에는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 저는 그저 조용하고 수동적인, 순종적인 여자 배우이고 싶지 않다”며 “내가 바꿀 수 있는 것, 도전해서 달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좀 도전해보고 싶다. 여자들에게 정의롭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에서도 부딪힐 수 있는 그런 여자 배우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보통의 가족’은 10월 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