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수영의 희망’ 김우민(22·강원도청)은 꿈에 그리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뒤 뜨거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동안 힘들었던 과정과 노력이 한순간에 몰려왔다.
김우민은 28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50 기록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박태환이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후 한국 수영 선수로서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꿈에 그리던 시상대까지 오르는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배영 종목으로 수영을 시작한 그는 나가는 대회마다 예선 탈락을 거듭했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말 자유형 1500m로 종목을 바꾸면서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유형으로 전환한 뒤 무럭무럭 성장한 김우민은 특히 자유형 400m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위(3분45초64)에 오른 데 이어 2023년 후쿠오카 대회에서는 5위(3분43초92)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결국 올해 2월 도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선 3분42초71을 기록,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를 거듭할 때마다 기록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남자 자유형 400m와 800m, 남자 계영 800m 정상을 차지하며 3관왕에 올랐다.
김우민은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부족한 재능을 엄청난 훈련량으로 만회했다.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도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 오전과 오후 중 한 번만 적응훈련을 하지만 김우민은 오전과 오후에 걸쳐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사실 예선에선 낭패를 볼 뻔했다. 자기 최고기록보다 3초 이상 뒤진 3분45초52에 그쳤다. 전체 7위로 상위 8명이 오르는 결승에 턱걸이했다. 결승전을 위해 체력을 안배한 것이 아니었다. 몸이 무거웠고 생각만큼의 스피드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결승에선 달랐다. 예선에서 부진을 거울삼아 마인드 컨트롤을 새로 했다. 그는 “오전에는 몸이 무거웠는데 오전 경기를 마치고 나서 결승에 집중한 것이 도움이 됐다”며 “코치 선생님께서 ‘연습했던 대로 너만의 수영을 해라’라고 주문해 초반부터 자신 있게 했다”고 말했다.
김우민을 깨운 것은 대표팀 동료이자 후배인 1살 동생 황선우(21·강원도청)였다. 김우민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황선우를 보면서 의지를 다졌다. 수영장 밖에선 절친이지만 물속에선 그를 이기기 위해 노력했다.
김우민은 황선우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김우민은 “도쿄 올림픽 이후에 (황)선우에게 자극을 많이 받았다”면서 “좋은 후배가 본보기로 잘 해주니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것 같다”고 밝혔다. 황선우도 김우민이 동메달을 딴 뒤 자신의 SNS에 “고생했다 우리 형”이라는 메시지를 올리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김우민은 “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이 순간을 위해 참았다”며 “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는데 모두 다 보상받는 느낌이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우민의 올림픽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남자 자유형 200m와 남자 계영 800m 경기가 남아 있다. 특히 황선우 등과 함께 힘을 합칠 계영 800m는 한국 수영 최초의 단체전 메달을 노리고 있다. 그는 “금메달을 따지 못해서 아쉽지만, 아쉬움이 있어야지 다음 시합도 잘 준비할 수 있다”며 “다시 몸을 만들어 200m에 집중하겠다. 계영 800m도 힘을 합쳐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