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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26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나는 항상 구단의 이익을 염두에 둔 결정을 해 왔다”며 “구단의 관리 운영 권한을 첼시 산하 공익 재단에 넘긴다”고 밝혔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현재 첼시 구단 공익 재단의 이사들이 우리 구단이나 선수, 스태프, 팬들을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첼시를 인수한 뒤 19년 만에 구단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아브라모비치는 EPL의 만년 중하위권 팀이었던 첼시를 인수한 뒤 엄청난 오일머니를 퍼부어 단숨에 명문클럽으로 변모시켰다.
아브라모비치의 첼시 인수와 투자는 유럽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돈으로 트로피를 살 수 없다’는 오랜 명제를 한순간에 뒤엎었다. 첼시 이후 미국, 러시아, 중동의 부자들은 앞다퉈 유럽프로축구 클럽을 사들였고 우승 트로피를 쓸어담았다.
아랍에미리트의 왕족이자 세계적인 석유 부자인 셰이크 만수르는 EPL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던 맨체스터시티를 인수해 리그 최강으로 키웠다. 카타르 국왕은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는 카타르국부펀드를 앞세워 프랑스 리그앙의 파리 생제르맹을 인수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그 여파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자신에게 쏠리자 아브라모비치는 재빨리 일선에서 물러나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표면적으로 구단주에서 물러나는 것일 뿐 아브라미비치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어차피 구단을 운영하는 첼시 산하 공익 재단이 아브라모비치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이미 측근인 마리나 그라노프스카야 클럽 디렉터에게 구단 의사 결정 권한을 상당 부분 넘겨왔다”며 “다만 선수 영입이나 감독 선임 등에 대해선 결정권을 행사했지만 앞으로 이 부분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