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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사운드에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빠져드는 마성의 보컬까지. 은은하게 몸을 감싸는 니치 향수처럼 향기로운 음악을 하는 이들이 있다. 얼터너티브-팝 듀오 마라케시다.
김영욱(보컬·기타), 조성하(드럼)로 이뤄진 마라케시는 2019년 데뷔해 6장의 싱글앨범, 1장의 EP를 발매하며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한 실력파 듀오다. 평양냉면처럼 슴슴하면서도 담백하지만 캐비어처럼 세련되고 고급진 맛이 공존,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나만 알고 싶은 가수’로 손꼽히는 아티스트다.
그런 그들이 지난 8월 인디 행보를 마무리하고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매스사)에 새 둥지를 틀었다. 매스사는 십센치, 선우정아 등이 소속된 음악 레이블이다. ‘홍대 SM’으로 불리는 강소 레이블로 불린다. 마라케시는 매스사의 든든한 지원 아래 활동 제2막을 활짝 열게 됐다면서 앞으로의 음악 행보에 기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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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모로코의 한 도시가 가장 먼저 나온다. 누군가는 모로코 도시에서 이름을 따 그룹명을 지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팀명 마라케시는 향수 이름에서 따온 명칭이다. 조성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적 친한 형에게 받은 향수 이름이 마라케시였다”며 “오랜 시간 팀명을 고민했는데 좋은 이름이 나오지 않았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마라케시 향기가 우리 음악과 잘 맞는 것 같아서 팀명으로 정했다”고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두 사람 모두 실제 모로코의 마라케시에 가본 적은 없다고. 김영욱은 “모로코에 있는 큰 도시라는 정도만 알뿐”이라며 “마라케시에 입생로랑 별장(마조렐 정원)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라케시는 데뷔 이후 5년이 넘도록 소속사 없이 활동했다. 오직 음악 작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뮤직비디오 등 부가 콘텐츠 제작은 생각도 못 했고, 점점 스케줄이 늘어나면서 케어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중 매스사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고, 흔쾌히 수락을 했다고.
김영욱은 “활동 초기에는 오직 음악에만 몰두했는데, 점점 연차가 쌓이고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서포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매스사’로부터 반가운 제의를 받았고, 설렘 반 기대 반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도 찍고, 쇼케이스도 여는 등 새롭게 도전하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항상 둘이서 결정하던 일들을 회사와 조율해야 한다는 점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지만, 앞으로의 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많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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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는 지난 3일 새 디지털 싱글 ‘셀프 컨트롤’을 발매했다. 지난해 3월 발표한 싱글 ‘서큘레이션’ 이후 1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보이자, 매스사 합류 후 처음 발표하는 곡이다. 어쩌면 마라케시 시즌2를 여는 첫 결과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영욱은 ‘셀프 컨트롤’에 대해 “누 디스코 기반 얼터너티브 팝 사운드의 곡”이라고 소개하며 “마라케시의 색깔은 유지하면서도, 새롭게 둥지를 틀고 활동 제2막을 여는 만큼 사운드적으로 변화를 줬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 사람은 곡을 설명하면서 ‘사운드’라는 단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셀프 컨트롤’의 앨범 커버에 스피커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정도로, 사운드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해 보였다.
조성하는 “둘 다 사운드에 욕심이 있다. 그런 점에서 신곡 ‘셀프 컨트롤’은 마라케시 시그니처 사운드에 임팩트를 줬다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며 “마라케시 음악을 오래 들었던 분들에겐 이번 음악이 조금은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가사에 대해서는 “너무 진지한 느낌보단 사랑 얘기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았다”며 “누군가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 자제력을 잃어가는 느낌을, 여름을 상징하는 것들과 비교를 해가면서 가사를 써내려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신곡 ‘셀프 컨트롤’에 대한 만족도는 두 멤버 모두 100%라고. 조성하는 “물론 아쉬움이 없을 수 없지만, 아쉬운 부분을 회사가 채워주는 것 같다”며 “덕분에 만족도 100%가 된 것 같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또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회사가 많이 배려해 준다. 마케팅 등은 회사에서 전적으로 담당해 주고 있다”며 “덕분에 음악에 더 몰두하게 됐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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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제일 잘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색깔 있는 음악을 가장 잘한다는 자부심은 확실히 갖고 있습니다.”
마라케시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차별화된 음악’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상당했다. 이지 리스닝이란 이름으로 점점 획일화하는 K팝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그런 차별화가 마라케시를 특별하게 만들어줬고, 계속해서 음악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그들은 힘주어 말했다.
마라케시는 롤모델로 다프트 펑크를 꼽았다.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한 다프트 펑크처럼, 마라케시도 새로운 결의 음악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성하는 “다프트 펑크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사운드적으로 반복되는 프랑스의 음악 스타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며 “다프크 펑크처럼 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게 영감을 받으면서 마라케시만의 장르와 음악을 구축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마라케시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김영욱은 “첫 번째는 듣기 좋아야 하고, 두 번째는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사운드를 추구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성하는 “추가하기보단 빼는 편이다. 그러면 악기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잘 들린다”며 “사운드를 다듬다 보면 듣는 분들께서도 열린 해석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대한 담백하게, 사운드의 본질에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영욱은 앞으로 활동을 통해 “우리의 이름이 많이 알려졌으면 하고, 더 많은 분이 우리 음악을 좋아해 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이어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곡도 많이 내고, 공연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 바쁘게 지내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끝으로 김영욱, 조성하 두 멤버에게 ‘마라케시’의 매력을 직접 어필해달라고 부탁했다.
“저희 음악은 다른 음악보다 귀가 편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생각하기엔 조미료가 안 들어간 프레시한 느낌이랄까요. 도파민은 부족하겠지만, 조금은 신선한 음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김영욱)
“내적 댄스를 유발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루함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지만, 파워풀한 워킹이 가능한 그런 음악 말이죠. 하하.”(조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