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10년은 특별하다②]신해철,'아이들'에서 '교주'로 '무한궤도' 20년

양승준 기자I 2008.04.10 11:52:42
▲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신해철(사진=신해철 미니홈피)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발라드 아이들 스타에서 ‘마왕’ 혹은 ‘교주’로 거듭나며 가요계에서 20살이란 나이테를 몸에 새겨온 가수 신해철.

지난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룹 ‘무한궤도’를 통해 가요계에 데뷔한 신해철이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최근에는 음악적 활동보다 사회적 발언과 특유의 엔터테이너적 기질로 이슈가 되고 있는 신해철이지만 그가 남긴 음악적 결과물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신해철은 솔로 활동에서 그룹 넥스트까지 발라드와 록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지난 20여년간 10여장이 넘는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그는 이런 음악 작업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신에 신선한 자극을 줌은 물론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 발돋움하려는 후배 가수들에게 또 하나의 롤모델로 남기도 했다.

▲ 데뷔 시절 그룹 무한궤도(사진 오른쪽)와 솔로 활동 시절의 신해철(사진=신해철 미니홈피)

◇ 발라드에서 록, 테크노에 이어 재즈까지…신해철의 음악적 ‘무한도전’

신해철은 지난 20년간 마치 여행가가 오지탐험을 하듯 여러 음악적 장르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신해철이 처음 대중들에게 선보인 음악적 장르는 1988년 그룹 ‘무한궤도’가 들려준 ‘그대에게’ 같은 록음악이었다. 그러나 이후 그룹 멤버들간의 음악적 견해차이 등으로 밴드는 해체를 맞고 신해철은 2년 후에 솔로 활동을 하게 된다.

1990년대 초반, 신해철은 2장의 솔로 앨범을 통해 발라드 가수로서 제2의 가수 인생을 시작했다. 1집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와 2집 ‘재즈카페’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연극 속에서’ 같은 주옥 같은 발라드는 당시 소녀 팬들의 마음을 녹이며 신해철을 일약 책받침스타로 떠오르게 했다.

신해철은 이후 돌연 음악적 성향을 바꿔 1993년 록그룹 넥스트를 결성하여 1990년대를 상징하는 대한민국의 록밴드를 이끄는가 하면, 1997년에는 그룹 해체 후 영국으로 건너가 ‘모노크롬’이란 앨범을 내며 테크노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또 신해철은 동료가수 윤상과 함께 ‘노 댄스’ 프로젝트 활동과 ‘비트켄슈타인’ 활동을 하며 테크노 작업을 이어오다 2007년에는 ‘더 송즈 퍼 더 원’이란 재즈 앨범까지 내며 음악적 장르의 폭을 넓혀갔다.

이런 신해철의 음악적 행보에 대해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1990년대 당시 발라드 음반으로 정상을 차지했던 가수가 자신의 음악적 커리어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며 록음반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도전에 대한 성공과 실패를 차치하고라도 뮤지션으로서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대한 그의 시도는 높이살만한 부분”이라며 신해철의 음악적 행보를 높이 평가했다.

◇ 창작자를 넘어 기획자로…전람회, E.O.S, 엄정화 앨범 프로듀싱까지

이런 신해철의 다양한 음악적 장르에 대한 도전과 섭렵은 후배 가수들의 앨범 작업에 오롯이 그의 능력이 발휘되기도 했다.

신해철은 가수 엄정화의 데뷔곡 ‘눈동자’를 작곡함은 물론 그녀의 1집의 프로듀싱을 맡기도 했으며, 지금은 토이의 객원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중의 E.O.S 1집의 제작을 맡아 당시 가요 차트 정상에 올려 놓기도 했다.

또 이후 김동률의 전신인 전람회 1집 앨범은 물론 문차일드 1,2집의 프로듀싱을 맡아 앨범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이에 박준흠 대중음악평론가는 “신해철의 경우는 다양한 음악적 도전으로 인해 자신의 곡 작업 뿐만 아니라 남의 장점을 잘 잡아내는 곡 기획자로서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그를 평가하기도 했다.

▲ 책 '쾌변독설' 기자회견에서의 가수 신해철(사진=YES24제공)

◇ 새로운 팬문화를 만들다. 오빠부대에서 ‘마왕’,’교주’로 의식의 연대

신해철이 대중음악계 혹은 연예계에 의미있는 이유는 그의 음악 작업뿐이 아니다. 신해철은 1996년 MBC 라디오 ‘음악도시’로 DJ를 시작한 뒤 이후 ‘고스트스테이션’같은 프로그램을 진해하며 거침없는 입담으로 청취자들로부터 ‘마왕’ 혹은 ‘교주’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새로운 팬층을 형성해갔다.

지난 1980년대의 오빠부대는 연예인의 외모와 특정 노래, 사생활에만 좌지우지되는 맹목적인 사춘기적 성향을 보였다면, 신해철의 팬문화는 음악을 넘어 뮤지션의 생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전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신해철의 능동적인 사회 참여적 발언과 '쾌변독설'이란 사회,문화 이슈에 대한 대담집 발간을 통해 더욱 공고화되기도 했다.

신해철은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간통죄 합법화와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는 등 대중가수치고는 이례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강력히 개진해왔다.

또 최근에는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에 대해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주장해 팬들의 지지를 얻으며 신해철은 음악이 아닌 생각을 통해서 그의 팬층을 넓혀가기도 했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에 “신해철의 경우는 뮤지션과 팬이 음악 뿐이 아닌 생각의 교류를 통해 유대감을 형성해가는 특이한 케이스”라며 “신해철이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네이션을 통해 청취자들과 한국 인디 음악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나가는 등 스타의 일상만 공유하는 소극적 팬문화에서 사회적인 문제까지 확대해나가며 사회 변화를 기대하는 적극적 팬덤 문화를 낳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데뷔 20주년을 맞은 요즘 신해철은 음악보다 그가 한 사회적 발언등이 주목받으며 뮤지션의 이미지가 많이 약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신해철 소속사 관계자는 “신해철이 오는 5월이나 6월 경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발매와 그룹 넥스트 정규 6집 발매를 동시에 앞두고 있다”며 “이번 음반 활동을 통해 그간 소홀했던 음악 활동에 박차를 가한다면 뮤지션으로서의 신해철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2007년 연말 공연 당시 "은퇴는 없다"고 팬들에게 선언한 가수 신해철. 그가 앞으로는 어떤 음악적 시도로 음악팬들의 귀를 즐겁게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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