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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 황충재가 육순의 나이에 글러브를 끼고 사각의 링에 오른다. 장정구 황충재는 오는 10월 8일 서울 올림픽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리는 자선격투대회 엔젤스파이팅(Angel‘s Fighting)에 참가한다. 장정구는 “희귀병 난치병으로 도움의 손길을 필요한 어린이에게 대회 관람객의 입장료전액을 기부한다는 취지에 공감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충재는 “링에 올라서 전성기 시절처럼 화려한 몸놀림은 어렵겠지만 현재 활동하는 권투선수와 대결을 벌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장정구와 황충재의 인연은 19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왔다. 1963년생 장정구는 1988년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 플라이급 타이틀 15차 방어의 전설을 써 2009년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 헌액된 ‘권투 레전드’다. 장정구보다 선배인 황충재는 1978년 제13회 방콕 아시안게임 복싱 웰터급 금메달리스트로 KBS 프로권투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들은 당시 극동체육관에 함께 소속돼 각 체급에서 빛을 발하면서 서로 친해졌다. 황충재는 “운동선수가 술을 마신다는 게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혈기왕성할 때 스트레스를 풀려고 가끔 술을 마셨다”면서 “동생 장정구와 마음이 통해 30년 가까이 아직도 좋은 인연으로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정구는 “형 황충재와 요즘에도 일주일에 두세번은 얼굴을 보니 가족만큼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화답했다.
장정구와 황충재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상대 선수의 움직임에 따라 순간 대응하는 순발력과 달리 일상사의 사람과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워낙 두 사람의 명성이 뛰어나 자신들의 이름을 이용만 하려는 이들에게 상처를 입기도 했다. 장정구는 “은퇴 이후에 괜한 일에 이름이 오르내릴까봐 조심스럽게 지내는 게 더 어려웠다”면서 “일반인보다 권투선수와 더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식당이니 사업이니 벗어버리고 권투와 다시 가까워진 것도 권투는 나를 속이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땀을 흘린 만큼 고통을 견뎌낸 만큼 보상을 하는 게 권투라는 게 장정구의 부연설명이다,
장정구와 황충재는 링을 떠난 후에도 후진 양성 등에 힘쓰면서 권투 사랑을 이어왔다. 장정구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권투체육관을 만들어 권투선수 지망생과 일반인 권투 애호가를 만나고 있다. 최근 들어 권투가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아 체육관을 찾는 일반인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권투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섰다. 황충재는 지난해말 장정구와 SBS ’런닝맨‘에 깜짝 출연해 빼어난 패션감각을 선보인 후 방송 출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권투 관련 방송에도 다시 얼굴을 보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엔젤스파이팅‘은 연예인 등 셀럽과 파이터들의 참여로 사랑 나눔 봉사을 위해 만들어진 자선격투단체이다. 회장에는 배우 정준호, 대표로는 뷰티전문가 박호준, 총괄본부장으로는 감독 겸 파이터 육진수가 이름을 올렸다. 부대표로는 가수 김창렬 가수 임창정 고문으로는 가수 구준엽 배우 김영호 강성진 등이 나섰다. 오는 10월 8일 첫 대회에서는 장정구 황충재 등 권투 레전드외에도 레슬링 레전드 등도 초청해 격투기 레전드, 연예인 등 유명인, 그리고 현역 격투기 선수들의 경기를 한자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