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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3쿠션 전설’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스와이)가 긴 슬럼프를 털고 프로당구 첫 우승에 도전한다.
산체스는 2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호텔에 서 열린 프로당구 ‘2024 PBA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 8강전서 이충복(하이원리조트)을 세트스코어 3-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산체스는 아마추어 무대에서 ‘3쿠션 4대 천왕’으로 불릴 만큼 최고의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정작 큰 키대를 받고 발 딛은 PBA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첫 시즌이었던 2023~24시즌 최고 성적이 32강일 정도였다.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산체스는 점점 PBA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전투어인 2차전(하나카드 PBA 챔피언십)서 첫 16강에 진출하더니 이번 대회에선 강동궁(SK렌터카), 이충복을 잇따라 꺾으면서 4강에 안착했다.
산체스는 이충복과 8강전을 마친 뒤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그저 계속 연습하고 건강한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할 뿐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는 내가 신인선수처럼 느껴졌다. 새로운 시스템과 경기 방식에 적응을 해야 했는데 그게 잘 안됐다”며 “결국 당구라는 스포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연습 뿐이다. 계속 연습하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적응에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주변의 반응을 차단하는 것도 산체스가 가장 신경쓴 부분이다. 산체스가 지난 시즌 기대에 못미치자 그를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전세계 많은 팬들은 다양한 형태로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하지만 일부 안티팬들은 노골적인 비난과 조롱으로 산체스를 괴롭히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것도 산체스가 받아들여야 했다. 당구선수 인생 대부분 슬럼프없이 승승장구했던 그였기에 이같은 상황은 결코 익숙하지 않았다.
산체스는 “항상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다”면서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제 산체스는 끝났다’, ‘원래 있던 데로 돌아가라’는 날카로운 말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래서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들을 최대한 차단하고 연습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했다. 좋은 얘기든, 안좋은 얘기든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며 “심지어 대회가 시작되면 핸드폰도 최대한 보지 않는다. 지금도 많은 메시지가 쌓여있겠지만 대회가 다 끝나고 답장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산체스의 4강전 맞상대는 체네트다. 체네트는 8강서 하비에르 팔라손(스페인·휴온스)를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394일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산체스가 만약 체네트를 이기고 결승에 오르면 엄상필과 강민구(이상 우리금융캐피탈)의 또다른 4강전 승자와 우승 상금 1억원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경기장의 습도까지 체크해 공을 치는데 미세한 변화를 준다는 산체스는 “무조건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정신적인 준비를 잘 한다면 좋은 경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좋았을 때나, 그렇지 못할 때는 늘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