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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태권도를 수련하고 김치를 좋아하는 한국의 피가 세계 격투기를 정복했다. 주인공은 한국계 혼혈 파이터 벤 헨더슨(29.미국)이다.
헨더슨은 26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144' 대회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프랭키 에드가(미국)를 꺾고 새로운 챔피언에 등극했다.
에드가는 격투기 천재라 불리던 비제이 펜을 두 번이나 이겼던 절대 강자. 강력한 도전자 그레이 메이나드와와의 두 차례 대결에서도 끈질긴 투혼으로 승리했던 주인공이었다.
그런 강력한 상대를 무너뜨린 선수가 바로 헨더슨이다. 헨더슨은 에드가의 빠른 스피드와 강한 레슬링 실력을 현란한 기술로 잠재웠다. 별명이 '스무스(smooth)'일 정도로 유연성이 좋은 헨더슨은 쉴새없이 킥과 펀치를 날렸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헨더슨의 타격에 에드가도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5라운드 25분 경기를 치르고도 헨더슨은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얼굴도 경기를 치르기 전처럼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눈이 퉁퉁 붓고 피투성이가 된 에드가와 대조를 이뤘다.
헨더슨은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으로 근무한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외모는 흑인에 더 가깝고 한국말도 서툴지만 헨더슨은 자신이 한국의 피를 가지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어릴 적부터 태권도를 수련했고 '김치파워'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김치도 좋아한다. 경기 후 인터뷰에선 한국어로 "어무니(어머니) 싸랑해요(사랑해요)"라고 외친다.
다른 파이터들과 달리 거친 말을 쓰지 않고 늘 겸손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식에게 헌신해온 어머니 김성화(50) 씨의 영향을 받아서다. 실제로 어머니는 늘 술을 달고 살았던 남편과 이혼한 후 혼자 힘으로 두 아들을 키워야 했다. 공장,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하루에 16시간씩 일을 하면서도 아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헨더슨은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착실히 성장했다. 중고등학교 레슬링 선수로 주목받으면서 네브라스카 다나 대학교의 장학생으로 진학했다. 대학에서 범죄학을 전공한 헨더슨은 대학 졸업 후 경찰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뒤늦게 격투기에 뛰어든 헨더슨은 타고난 운동능력과 성실함으로 급성장했고 격투기의 메이저리그라 불리는 UFC 챔피언까지 등극했다. 북미프로미식축구(NFL)의 최고 선수로 우뚝 섰던 한국계 선수 하인스 워드와 비견될만한 새로운 슈퍼코리안의 등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