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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타이틀 사냥에 나서는 ‘골드’ 챔피언은 ‘월드’ 챔피언보다 한 단계 아래로 분류된다. 하지만 목표인 3체급 세계 타이틀 석권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중요도는 월드 챔피언 못지 않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해 골드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쥘 경우 월드 챔피언 자동 승격의 행운도 기대해 볼 만하기 때문이다.
현재 WBA 라이트급 월드 챔피언은 사실상 주인이 없는 상태나 다름없다. 타이틀 보유자인 케이티 테일러(37·아일랜드)가 2022년 10월 이후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지 않고 있어서다. 테일러는 지난해 11월 한 체급 위인 라이트 웰터급에서 5개 기구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설령 월드 챔피언으로 자동 승격되지 않더라도 결정전 ‘0순위’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때 ‘탈북 복서’라는 타이틀로 화제를 모았던 최현미는 어느덧 ‘레전드’로 우뚝 섰다. 북한에서 11살 때부터 아마복싱을 시작한 그는 2003년 가족과 함께 탈북한 뒤 2008년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프로 복서’ 최현미는 현재 21전 20승 1무 5KO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8년 WBA 페더급 월드 챔피언에 오른 뒤 7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2013년엔 체급을 올려 WBA 슈퍼 페더급 월드 챔피언에 등극한 데 이어 10차 방어까지 이뤘다. 총 17회 월드 챔피언 타이틀 방어는 유명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이다.
당초 최현미는 슈퍼 페더급 세계복싱평의회(WBC)·국제복싱연맹(IBF)·세계복싱기구(WBO)·국제복싱기구(IBO) 챔피언 알리시아 바움가드너(30·미국)와 통합 타이틀 매치를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움가드너가 지난해 7월 무작위로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되면서 상황이 꼬였다.
바움가드너는 현재 타이틀이 박탈되진 않았지만,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어 당장 경기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움가드너와 대결을 기다리기 위해 2022년 10월 이후 경기를 치르지 않았던 최현미는 미련을 접었다. 대신 체급을 라이트급으로 한 단계 올렸다. 이번 타이틀전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의 첫발인 셈이다.
타이틀 매치 상대인 카마라는 오른손 인파이터로 2021년 WBA·WBO·IBO 슈퍼 라이트급(63.5kg급) 타이틀에 도전한 적이 있다. 통산 전적은 12승 4패다.
최현미에게 부담되는 부분은 ‘파워’다. 최현미는 이번에 체급을 올린 반면, 카마라는 한 체급을 내려서 경기에 나선다. 계체를 마친 뒤 체중이 회복되는 속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평체(평소 체중)’를 늘리면서 파워 키우기에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현미는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매일 80~90kg대 남자 선수 3~4명과 10라운드 스파링을 소화하고 있다.
최현미는 “투기 종목에서 체급을 올리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라며 “상대가 더 커진 만큼 더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KO는 잘 모르겠지만 항상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었다. 이어 “페더급과 슈퍼 페더급까지 오르면서 마음 속에 생긴 믿음 중 하나는 ‘꾸준히 열심히 하면 못할 게 없다’는 것이다”라면서 “테크닉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