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달고싶어 23세에 프로가 된 마다솜 "데뷔 늦은 만큼 오래 뛰고 싶어요"

주영로 기자I 2024.09.29 17:16:19

KLPGA 하나금융 챔피언십 19언더파 269타 우승
국가대표 달고 2022년 23세 나이로 프로 데뷔
"잘하는 것도없지만, 못하는 것도 없어"
"늦게 데뷔한 만큼 오래 뛰면서 롱런하는 선수 될 것"
윤이나 준우승, 박현경 공동 5위로 상금 10억원 돌파

마다솜이 2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최종일 3번홀에서 그린의 경사를 살피고 있다. (사진=KLPGA)
[인천=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내 방식대로 천천히 길게 가겠다.”

23세의 나이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 투어 입성에 성공한 마다솜은 빠른 성공보다 천천히 성장하며 롱런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마다솜은 KLPGA 투어 보통의 선수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많은 선수는 10대 초반에 골프를 시작해 만 18세가 되면 프로로 첫발을 뗀다. 늦어도 20대를 넘기지 않는 선수가 많다.

마다솜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캐나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였다. 엄마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클럽으로 공을 맞히는 재미에 빠진 게 인연이 됐다. 프로 데뷔가 또래보다 늦은 이유는 골프를 늦게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고교 시절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던 마다솜은 한국체대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꿈을 꿨다. 국가대표다.

여자 골프 국가대표는 6명인데, 고등학생 선수 비율이 높다. 만 18세가 되면 프로가 되기에 대학생 국가대표는 드물었다. 마다솜과 학창 시절을 보낸 동갑내기 최혜진, 이소미, 안지현 등도 일찍 프로가 돼 정상급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프로의 유혹이 있었지만, 그는 아마추어로 남아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에 도전했다. 대학교 3학년 돼서야 그 꿈을 이뤘다.

태극마크의 꿈을 이룬 마다솜은 그제야 프로로 눈을 돌렸다. 2020년 프로가 됐고 2021년 드림투어를 거쳐 2022년 정규 투어에 입성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의 성장은 더뎠다. 첫해 우승 없이 보낸 뒤 2년 차인 지난해 9월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이때까지도 KLPGA 투어엔 워낙 쟁쟁한 선수가 많아 우승하고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올해도 23개 대회에 출전해 두 차례 톱10을 기록했을 뿐, 2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다솜은 2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통산 2승에 성공했다. 이날 이글 1개에 버디 9개를 뽑아내며 11타를 줄인 마다솜은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쳐 2위 윤이나(10언더파 278타)의 추격을 9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2승을 거둔 마다솜은 최혜진(9승), 이소미(5승) 등 동기들과 격차를 조금씩 좁히고 있다. 3년 차에 2승은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다. 다짐처럼 롱런하고 싶다는 계획에도 다가서고 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2억 7000만 원의 상금와 2년 시드를 받았다.

승부는 일찍 기울었다. 김수지, 윤이나와 공동 선두로 출발한 마다솜은 2번과 3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앞서 갔고, 4번홀(파5)에선 77야드 지점에서 샷이글을 기록하면서 2위 그룹과 격차를 벌렸다. 승부가 기울어갔지만, 버디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10번홀부터 13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7타 차 선두가 됐고, 16번홀부터 18번홀까지 다시 3개 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무려 9타 차 완승으로 통산 2승에 성공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마다솜은 롱런의 계획을 다시 설명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의 꿈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상비군에 머물렀다. 그래서 대학에 가면서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고, (프로 데뷔가 늦은 이유는) 조금 더 단단하게 준비한 다음에 프로가 되고 싶어서였다”라며 “롱런하고 싶은 이유는 프로 데뷔를 늦게 한 만큼 조금 더 길게 투어 활동을 하고 싶은 의미다”라고 말했다.

11언더파 61타는 마다솜의 개인 최저타 기록이다. 원동력 뒤엔 자신의 경기력을 의심하지 않은 믿음이 컸다. 그는 “아마추어 때 한꺼번에 샷이글과 홀인원을 모두 하면서 10언더파를 친 적은 있었지만, 11언더파는 처음”이라며 “특별히 잘하는 것도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없지만, 올해는 샷이 안 됐고 그러면서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확신이 들지 않았었다. 이번 대회도 안 되더라도 믿고 쳐 보자라고 생각한 게 도움이 됐다”라고 꼽았다.

마다솜에 이어 준우승 한 윤이나는 상금 1억 6500만 원을 추가해 시즌 상금 10억3860만 4286원으로 박지영(10억 6027만5444원), 박현경(10억4294만6085원)에 이어 시즌 3번째 상금 10억 원을 돌파했다. KLPGA 투어에서 단일 시즌 3명이 상금 10억 원을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마다솜이 1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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