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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은 그 자체가 베테랑이었다. 배우 류승범의 형으로도 유명세를 얻었지만 개성 강한 작품 활동으로 마니아 팬덤과 영화판에서 소통했다. ‘베테랑’을 선보이기 바로 전 그가 내놓았던 작품이 ‘신촌좀비만화’라는 독특한 영화였다. ‘짝패’, ‘다찌미와 리’,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등 B급 감성으로 A급 작품을 내놓은데 탁월함을 보여줬다.
기술의 발전 속에 스크린이 구현할 수 있는 색감은 다채로워졌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컴퓨터 그래픽은 생생해졌다. 반대로 그럴듯한 외면을 제대로 채운 알맹이가 없어 관객의 마음에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류 감독의 작품은 화려한 성장 속에 변치않는 감성으로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늘 인정 받아왔다.
실력이나 평판과 비교해 류 감독은 ‘메이저 감성’을 전하는 데는 베테랑과 거리가 있었다. 대중이 원하는 보편적인 감성보다 그가 잘할 수 있는 장치를 써왔다. 변화는 ‘베를린’에서 감지됐다. 하정우, 전지현, 한석규, 이경영 등을 앞세운 영화였다. 해외 로케이션, 현란한 액션, 스타 캐스팅, 묵직한 메시지 등 모든 면에서 블록버스터였다. “영화가 좀 어렵다”는 아쉬운 평가 속에도 ‘베를린’은 류 감독 영화 인생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을 냈다.
류 감독은 “시대가 변하면서 나도 변하고, 나의 영화와 나의 기술이 담는 가치도 변하는 것 같다”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나도 많이 유연해졌고, 보다 대중적으로 재미있을 수 있는 매력을 찾게 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류 감독은 ‘베테랑’에 이르러 변화의 완성판을 짰다. “‘베를린’은 메시지를 생각하다보니 너무 무거워졌는데 ‘베테랑’을 준비하면서는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만 했다”던 류 감독의 마음이 관객과 통했다. 황정민과 유아인이 극중에서 보여준 극명한 선악 대비와 ‘정의는 살아있다’는 단순 명료한 메시지는 요즘 시대 분위기와도 관통했다.
감독 스스로는 배우보는 맛이 있는 영화라 평가했고, 이들을 위한 헌정 영화라고 표현했지만 ‘베테랑’이 1000만 고지를 밟은 데엔 감독의 장기가 시너지를 낸 덕이라는 분석이 주효하다. “류 감독 스타일을 잃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좋아할 대중적인 취향까지 저격한 완벽한 영화”라는 호평이 관객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다.
류 감독은 ‘베테랑’이 처음 베일을 벗는 언론배급 시사회 당시 상당히 긴장돼 보였다. 유쾌하게 웃고,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배우들과 달리 류 감독은 조용히 밖으로 빠져나와 담배를 태우기도 했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왜 그렇게 초조해했나”는 질문에 류 감독은 “늘 영화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가 긴장되지만 ‘베테랑’은 유독 그랬다”고 회상했다. “이번 작품만큼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서 그랬는지, 더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했던 그 시간은 지금 행복을 만끽하는 나날들로 바뀌었다. ‘베테랑’ 류승완의 다음 행보에도 기분 좋은 부담감이 실릴 수 있길 많은 영화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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