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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한국시간) 걸프지역 유력 일간지 칼리즈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매체는 “사우디 정부가 아르헨티나전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경기 다음 날인 23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고 전했다.
칼리즈타임스는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이변으로 언급되는 1990년 월드컵에서 카메룬이 아르헨티나를 잡은 뒤 카메룬도 곧바로 공휴일을 선언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는 이날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전반 10분 메시에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다. 그러나 후반 3분에 살리흐 샤르히가 왼발 슛으로 1-1 균형을 맞췄고, 8분에 살림 다우사리가 아르헨티나 수비진 4명을 제치며 잇달아 넣어 ‘루사일의 기적’을 만들었다.
사우디의 충격적인 이변은 아랍 전체의 기쁨으로 번지고 있다. 시리아와 요르단부터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에 이르기까지 아랍 팬들은 사우디의 업적에 감사함을 표하고 있다.
AP통신은 “경기를 직접 본 사우디 팬들은 루사일 스타디움 밖 거리로 몰려나와 구호와 노래를 외치며 자국을 표시하는 녹색과 흰색 깃발을 흔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실의에 빠진 아르헨티나 팬들을 포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AP통신은 “카타르 국왕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도 이날 경기장을 찾았고 사우디 국기를 어깨에 둘렀다”며 “이 모습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공유되고 있다. 2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아랍 3개국이 정치적 분쟁으로 카타르를 보이콧했을 때를 비교하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바이의 국왕이자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 겸 총리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알 막툼도 소셜 미디어에 “아랍에 기쁨을 준 사우디를 축하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줬다”고 축하 인사를 남겼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리아의 반군 거점인 북서부에도 카페에 모인 주민들이 사우디의 승리를 환호하고 축하했다고도 이 매체는 전했다.
또 요르단 암만 거리에서는 수십 명의 사우디 국민과 요르단인들이 거리에서 사우디 국기를 들고 다니고 차에서 경적을 울리며 축하했다고도 표현됐다.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에서도 주민들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축하했다.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는 말할 것 없이 축구 팬들의 감격이 이어졌다. 사우디 축구 팬들은 기뻐 날뛰며 환호했고, 거리에서는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다녔다. 사우디 당국은 국가가 후원하는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축제에 무료 입장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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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가대표팀 감독인 에르베 르나르는 “우리는 사우디 축구의 역사를 만들었다. 이것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아직 어려운 두 경기가 남아있다. 선수들에게 축하 시간은 20분으로 제한하라고 요청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르나르 감독은 2012년 잠비아 사령탑으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우승하고 2015년에는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또 다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정상에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26일 오후 10시 폴란드와 조별리그 2차전, 다음달 1일 오전 4시 멕시코와 최종 3차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 축배를 들기는 이르다며 선수단을 자제시켰다.
경기 후반 두 차례의 슈퍼 세이브에 성공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사우디 골키퍼 모하메드 알 오아이스는 “우리가 이 전설적인 팀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우리는 100% 준비가 돼 있었다.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