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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4강전 패배 이전까지는 유려하고 우승 후보다운 축구를 펼친 줄 알 것 같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우승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선수단 불화를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했다. 미국에 있는 클린스만 감독과 소속팀 전지훈련 중인 몇몇 감독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참가 결과 보고 등이 다뤄졌으나 주된 주제는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였다.
지난해 2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을 1차 목표로 내세웠다. 대회를 준비하며 한 수 아래 팀을 상대로 연승했으나 경기력엔 의문이 붙었다. 이외에도 재택근무 논란, 대표팀 명단 발표 간소화 등 제 입 맛에 맞게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계속해서 우승을 외치며 자신감을 보였다. 뚜껑이 열리자 말뿐이라는 게 드러났다. 여전히 하고자 하는 축구를 알 수 없었고 전술은 무색무취했다.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해 꾸역꾸역 생존하며 ‘해줘 축구’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결국 한계를 맞았고 요르단과의 4강에서 유효 슈팅 0회라는 굴욕 속에 탈락했다.
“아시안컵 결과로 평가받겠다”라고 호언장담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태도를 바꿨다. 그는 요르단전 직후 “한국으로 돌아가서 이번 대회를 분석하고 협회와 논의하고자 한다”라며 “2년 반 동안 북중미 월드컵을 목표로 팀이 더 발전해야 한다”라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여기에 클린스만 감독의 유일한 장점으로 여겨지던 선수단 관리도 무참히 박살 났다. 요르단과의 4강전을 하루 앞두고 선수단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알고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전술도 없는데 장점도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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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4강전 패배 원인으로 선수단 불화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보 기술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단 중 불화가 있었고 그 부분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라며 “선수단 핑계라기 보다는 그것 때문에 경기력이 안 좋았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의 항변은 합리성이 떨어진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호는 첫 경기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단 한 팀도 압도하지 못했다. 정규시간 90분 이내 승리는 6경기 중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130위였던 말레이시아에 3골이나 내주며 힘겹게 비겼다. 두 차례 만난 요르단에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이외에도 공격과 수비에선 세밀함이 떨어졌고 중원 장악력에서도 부족함을 드러내는 게 반복됐다. 불화설이 있든 없든 클린스만호의 경기력은 낙제점이었다.
무엇보다 클린스만 감독은 개선 의지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황보 기술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적인 문제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과의 동행이 이어지면 무색무취한 스타일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황금 세대를 보유하고도 선수단 탓을 했기에 ‘해줘 축구’도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협회는 16일 오전 10시 비공개 임원 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결정권을 지닌 정몽규 회장까지 참석하기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부가 확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