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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흔히 SK를 강력한 조직력의 팀이라고 말한다. 짜임새 있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작은 차이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장기인 팀이다.
SK를 왜 그렇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면 2루수 정근우의 움직임에 주목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정근우는 2루에 주자가 나가면 유독 바빠진다. 쉴 새 없이 2루 베이스를 들락거린다.
투수가 던진 견제구를 받는 건 꼭 2루수만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타자의 성향과 주자 상황을 고려해 유격수와 2루수가 나눠 맡는다.
하지만 정근우는 포메이션과 상관 없이 2루를 오간다. 유격수가 커버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기습적으로 2루를 파고든다.
쉬운 일은 아니다. 수비 위치에서 2루까지의 거리는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반복된 움직임은 체력적으로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게다가 자신에게 공을 던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움직이는 건 더욱 그렇다.
그럼 왜 정근우는 자칫 쓸데없어 보이는 움직임에 그처럼 공을 들이는 것일까.
정답은 한번이라도 더 2루 주자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서다. 유격수의 움직임에만 신경을 쓰던 2루 주자 입장에서 갑자기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는 2루수 정근우는 크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자연히 2루 주자는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줄어든다. 리드 폭이 짧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2루 주자들은 간혹 포수의 사인을 타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 사인이 포착되면 언제든 사인을 알려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누구도 소리내어 말하진 않지만 누구든 시도해본 적 있는 플레이다.
정근우의 느닷없는, 하지만 매우 힘든 베이스 커버는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그 위험성을 차단하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
중요한 건 누구도 정근우에게 그런 일을 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근우는 스스로 수고로움을 자청하고 있다.
티가 나는 일도 아니다. 단순히 주자를 묶어두는 일이라면 유격수 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정근우는 백번에 한번 있을지도 모를 작은 사고마저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SK 한 코치는 "처음엔 쟤가 왜 저러는지 몰랐다. 하지만 꾸준히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백번에 한번 쯤 효과가 있을까? 하지만 근우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런 플레이를 보며 우리 팀이 어떻게하면 강해질 수 있는지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SK 야구가 강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례다. SK는 틈을 줄이고 상대의 틈을 파고드는 야구를 한다. 작은 헛점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모든 선수들이 무던 애를 쓰고 있다.
바꿔말하면 SK 야구가 계속 강하기 위한 지향점도 여기에 있다. 몇몇 선수들의 강력한 힘에 이끌리는 야구가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 힘을 보태야 이길 수 있는 팀이 바로 SK다.
수비 시프트, 백업 플레이 등 크게 티가 나지는 않는, 그래서 반복되면 자칫 지루하거나 힘겨워질 수 있는 플레이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할 때 비로서 강력한 SK가 완성되는 것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이에 대해 "불규칙 바운드가 나왔을 때 그라운드 탓을 하는 건 우리 야구가 아니다. 그런 위험성을 미리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야 SK 야구다. 보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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