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서 만난 장건주(58)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허밍 시리즈’ 중 한 작품을 구매했다”며 “케잌 시리즈와 애플 시리즈에 이어 이번이 3번째 구매”라고 밝혔다. 장 씨는 “여성 작가로서 독창적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쳐나가는 것 같다”며 “하정우의 작품도 2점을 구매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스타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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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활동은 현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첫 개인전을 열었던 배우 이태성은 지난달 부산 갤러리 더 스카이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가수 김완선은 지난달 초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데뷔 이후 첫 전시회 ‘히어 아이 앰’(Here i am)을 개최했다. 웹툰작가 기안 84와 가수 나얼은 지난달 열린 ‘어반 브레이크 2022’에서 자신들의 회화 작품을 선보였다. 방송에서 뛰어난 그림 실력을 뽐내며 ‘송화백’이라는 별칭을 얻은 그룹 위너의 송민호는 다음달 ‘스타트 아트페어 서울 2022’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회뿐 아니라 아티스트로서 활동영역도 넓히고 있다. 배우 겸 화가 윤송아는 LG디스플레이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의 대표 아티스트로 지난 6월 미국 ‘인포콤 2022 커넥티드’에 참가했고, 배우 박기웅은 자신만의 시각으로 각종 전시회를 소개하는 네이버 쇼핑 라이브 ‘컬쳐라이브’로 연일 호평을 얻고 있다. 최근 방송한 ‘원더래빗’전의 시청뷰수는 52만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김윤섭 아이프 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예술은 자격증이나 학위로 아티스트의 위치가 정해지는 건 아니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게 예술에 임하는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피카소나 앤디워홀 처럼 전공 이외의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며 “창의적인 실험정신으로 꾸준히 연구한다면 ‘아트테이너’를 넘어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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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의 문을 두드린 스타들은 생각보다 많다. ‘아트테이너’의 원조격인 가수 조영남을 비롯해 배우 하정우, 김규리, 하지원, 김혜수, 김애경, 정려원, 강석우, 구혜선 등이 그림 솜씨를 뽐내며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가수 유라(걸스데이)와 방송인 이혜영도 개인전을 연 바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건 권지안(솔비) 작가다. 201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화가의 길을 걸어온 그는 작품 표절 등의 논란에도 스페인에서 열린 ‘2021 바르셀로나 국제 예술상’(PIAB21)에서 대상 격인 그랜드 아티스트 어워드를 받으며 실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번 개인전 ‘허밍 파라다이스’에서는 ‘케이크 시리즈’ ‘허밍 시리즈’ 등 총 4개의 시리즈를 공개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 위해 시작한 ‘허밍’은 말과 글의 한계를 넘어 ‘언어 초월’의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사과는 그릴 줄 아니’라는 악플에 보란 듯이 ‘사과’ 오브제를 선보인 ‘애플 시리즈’가 눈에 띈다. 최근 개인전에서 만난 권 작가는 “이번 전시회는 내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시원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업들이었다”며 “악플과 편견, 차별 등에 대해 더이상 숨지 않고 당당하게 작품으로 직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태성의 개인전 ‘디스, 어피어(this,appear)’에서는 GV(관객과의 대화) 티켓이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원래 1회만 예정돼 있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관심으로 인해 2회를 더 진행키로 했다. 전시회 일정도 갤러리 측의 요청에 따라 기존 7월 19일에서 28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소속사인 현 컴퍼니의 조강현 대표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컬렉터들 말고 일반인들도 그림을 구입하는 분들이 있었다”며 “매년 개인전을 진행할 예정이고 올해 대만과 뉴욕 아트페어에 작품 출품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울산국제아트페어에 정식 작가로 초청되면서 특별전을 연 김완선은 3년간 그린 작품 10점을 선보였다. 전시 기간 중 아티스트 토크와 사인회도 진행했다. 김완선의 소속사 관계자는 “사인회 당시 줄이 너무 길어서 중간에 끊어야 했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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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찬반이 나뉜다. 실력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연예인이라는 인지도를 등에 업은 작품가격 등은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들이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미술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2019년 3812억원, 2020년 3277억원 규모를 유지하다가 2021년 9157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홍대 이작가’로 활동 중인 미술 작가 겸 기획자 이규원은 “지난 1년간 미술계의 변화는 그동안 10여년의 변화와 맞먹는다”며 “NFT 작품이 일반화되는 등 시대 상황이 급속하게 변함에 따라 연예인 출신의 작가를 따로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유명세를 마케팅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배우 백현진의 경우 꾸준한 노력을 통해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좋은 선례를 남겼다. 김윤섭 대표는 “아트테이너들도 작가적 수준과 작품의 완성도를 기성 작가들과 같은 제도선상에서 평가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상적인 룰 안에서 ‘페어플레이’를 한다면 얼마든지 미술신에서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라고 본다”고 했다.
좋은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국내 화랑의 역할도 중요하다. 미술평론가인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화랑들이 좋은 작품을 잘 찾아서 왜 의미가 있는지를 컬렉터에게 보여주고 시장에 판매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단순히 돈을 벌 목적에서 스타성을 활용하려고 하는 행태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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