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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 알바->LPBA 챔피언' 최혜미, 파이팅 넘치는 인생역전

이석무 기자I 2023.11.09 11:12:55
프로당구 LPBA에서 첫 우승을 이룬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최혜미. 사진=PBA
생애 첫 프로당구 LPBA 우승을 차지한 ‘동호인 출신’ 최혜미. 사진=PBA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꿀알바라고 해서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프로당구 우승까지 차지했네요”

‘동호인 출신’ 최혜미(웰컴저축은행·29)가 ‘팀 동료’ 김예은(24)을 꺾고 여자 프로당구 새로운 챔피언에 등극했다.

최혜미는 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결승서 최혜미는 김예은에 세트스코어 4-2(4-11 11-4 11-5 11-5 6-11 11-8)로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로써 최혜미는 LPBA의 14번째이자 한국 선수로는 12번째 ‘여왕’에 올랐다. 우승 상금 3000만원과 랭킹 포인트 2만점을 얻어 종전 상금랭킹 40위서 단숨에 5위(3272만원)로 뛰어올랐다.

최혜미는 당구를 시작한 계기가 재밌다. 학창 시절 유도 선수로 활동했을 만큼 운동에 소질이 남달랐던 최혜미는 성인이 된 이후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통해 큐를 잡게 됐다.

아마추어 전문선수가 아닌 동호인으로만 활동하던 최혜미는 지난 2019년 동호인을 대상으로 열린 ‘LPBA 오픈챌린지’서 7.3대1의 경쟁률을 뚫고 프로당구 선수가 됐다. 이번 우승으로 프로당구 최초 ‘동호인 출신’ 우승자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최혜미는 “일자리를 구하다가 친구가 ‘당구장 아르바이트가 좋다’며 소위 ‘꿀알바’라고 추천을 해줬다”며 “그래서 당구장 알바를 시작했는데 가만히 카운터에 앉아서 손님들이 당구치는 것을 구경하는데 정말 재밌어 보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성인 이후 운동을 체계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었어서 일을 하며 흥미를 갖고 시작하게 됐다”면서 “당시 당구 채널에 김세연 프로가 나와 경기하는 것을 보고 ‘여자도 당구를 치는구나’는 마음이 들어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최혜미는 “처음에 국제식 대대 입문 후에 16점으로 시작했고 중대 점수로는 200점 정도다. 삼촌들이 치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며 터득한 게 16점이었다”며 “사실 ‘누구에게 당구를 배웠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여러 선배들께 자세나 포인트 등을 조금씩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가장 길게는 4년 정도는 김기혁(PBA 드림투어 선수 겸 해설자) 프로와 같은 구장에서 일을 하면서 당구만 치면서 한번씩 모르는 것들을 물어보는 정도였다. 그게 제일 길었다”고 밝혔다.

최혜미는 첫 우승 경험에 대해 “지금 이 시간, 제가 우승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낯선 기분이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우승했으니 내일쯤 기쁨이 오지 않을까”고 표현한 뒤 환하게 웃었다.

또한 “(김)예은 선수가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구력이나 실력에서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우승을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오로지 배운다는 생각으로 결승에 임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자신있게 치자’는 생각을 많이 되뇌었다. 어떤 경기든 제가 자신 있게 치지 못했을 때 후회하는 순간들이 꼭 오더라”면서 “저는 처음 결승이었기 때문에 즐기자는 생각이 더 컸다. 그래서 (김)예은 선수보다는 부담이 좀 덜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혜미는 그동안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준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아빠를 보면 항상 눈물이 난다”며 “솔직히 1세트 때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아빠의 응원 소리를 들으니까 거기에 온 신경이 갔다. 도저히 경기에 집중하지 못해서 1세트 끝나고 조용히 하라고 했다”고 말한 뒤 웃었다.

더불어 “소리 지르지 말고, 개인전 시합이기때문에 큰 목소리 응원보다 박수로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2세트때부터 자제하시더라”며 “어찌됐든 우승은 아빠 덕이다. 우승상금 받으면 아빠 가방부터 하나 사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선수로서 더 큰 자신감을 얻게 된 최혜미는 ‘파이팅 넘치는 선수’가 되겠다는 앞으로 각오를 밝혔다. 그는 “예전부터 시원하게 치는 것을 좋아했고 인터뷰에서도 ’빵빵치기‘라고 표현을 했는데 그만큼 시원시원하게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늘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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