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백악관 방문, 위상 떨어져"… 美 앵커 막말 논란

윤기백 기자I 2022.06.02 09:25:37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왼쪽에서 네번째) 미국 대통령과 손가락으로 하트모양을 만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백악관)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미국 폭스뉴스의 앵커 터커 칼슨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백악관 방문을 조롱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아시아계 혐오 범죄 및 차별 반대 메시지를 낸지 하루도 안 돼서 일어난 일이다.

미국 음악매체 롤링스톤은 1일(현지시간) ‘터커 칼슨이 백악관에 초청된 BTS를 모욕해 아미(공식 팬덤명)의 분노를 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터커 칼슨은 이날 진행한 ‘투나잇 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상황이 내·외부적으로 매우 나빠졌다.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냐”고 지적하며 “오늘 백악관에 한국 팝 그룹을 초대했다”고 말했다.

RM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오늘 반아시아 혐오 범죄, 아시아인의 포용, 다양성의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의 반아시아 혐오 범죄에 관해 토론하기 위해 한국 팝 그룹을 모셨다. 그래, 잘했다”라고 비꼬았다. 또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평가절하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터커 칼슨의 조롱성 발언에 대해 그의 SNS에 항의글을 쏟아내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롤링스톤은 “터커 칼슨은 오늘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BTS를 찾으면 BTS 팬들이 올 것”이라면서 “방탄소년단은 앤솔로지 앨범인 ‘프루프’ 발매를 앞두고 있어 칼슨의 재잘거림은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터커 칼슨은 미국 내에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손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소신을 여과없이 드러내 막말의 아이콘으로도 불린다. 터커 칼슨이 2016년부터 매일 저녁 진행하는 ‘터커 칼슨 투나잇’ 쇼는 미국 내 뉴스 케이블쇼 시청률 1위를 자랑하는 폭스뉴스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하루 시청자가 1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백악관을 예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의견을 나눴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31일 오후 3시(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약 35분간 환담했다. 이번 환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방탄소년단은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와 포용, 최근의 한국 방문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방탄소년단의 방문은 백악관이 ‘아시아계 미국인·하와이 원주민·태평양 도서 주민(AANHPI) 유산의 달’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방탄소년단을 초청해 성사됐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는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 등이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에 대해 언급하며 ‘증오’라는 화두를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증오는 단지 숨어 버릴 뿐”이라며 “선한 사람이 증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이야기하면 증오는 점차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에게 “사람들은 여러분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여러분이 하는 일은 모든 이들에게 선한 것”이라며 “이는 여러분이 가진 (예술적) 재능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메시지 때문으로, 이것이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RM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 아시아계 포용, 그리고 다양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갖게 돼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지민은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많은 증오 범죄에 놀랐고,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런 일이 근절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오늘 이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했다. 슈가는 “나와 다르다고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라며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뷔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오늘,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 있는 존재로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또 한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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