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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할 처음이에요.(웃음) 저한테 악역이라는 것 자체가 신선하지 않아요? 저에게서 그런 모습을 봐준 분들이 없거든요. 저 역시 그랬고요. 제 눈에서 뭔가 묘하다는 그 눈빛을 봐준 오경훈 감독님 덕에 ‘엄마’를 만났어요.”
‘엄마’는 전통적인 주말극 분위기에서 한 발 떨어져있다. 대단한 막장 소재나 불륜, 출생의 비밀과 같은 코드가 없다. 유일하게 나쁘고, 부정적이고, 욕을 부르는 장치가 있다면 김재승, ‘시경’ 역이다.
“악역으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있더라고요. 연기하면서 이런 기분을 느끼다니, 신기했어요. 상위 1%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데(웃음) 그런 걸 경험할 수 있는 재미도 있고요.”
2004년 MBC ‘논스톱4’로 데뷔했다. 독특한 성격의 매점 아르바이트 생으로 후반부에 합류했다. 이력을 따지면 무려 10년 넘도록 쌓아온 셈. 그에 비해 ‘김재승’ 이름 석자를 또렷이 기억하는 대중은 많지 않다.
“그때는 정말 제대로 연기를 했다, 배우로 살았다, 그렇게 말할 수 없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이게 뭔지, 잘 모르고 살았던 때거든요.”
터닝포인트가 된 건 MBC 드라마 ‘맨땅에 헤딩’이었다. 2008년, 유노윤호와 고아라, 이윤지, 이상윤과 연기했다. 어려서부터 운동, 특히 구기종목에 두각을 나타냈다는 김재승은 축구 소재의 드라마를 만나 좋았다. 연기를 업으로 삼은 후 가장 활력을 얻은 때였다. 세상은 자기 맘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드라마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그에게 비보가 있었다. 아버지를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정말 ‘멘붕’이었어요 그땐. 말도 안 되는 감정을 감당했던 것 같아요. 진짜 내가 좋아했던 축구, 내가 하고 있는 일, 이 두가지를 병행하게 되다니 꿈만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예기치 못한 일을 겪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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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하고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삶의 각오를 달리하게 됐죠. 연기 전공도 아니었던 제가, 연기를 하고 난 후에도 ‘연’자도 모르고 일했던 제가 달라지더라고요.”
그 사이 ‘마이 시크릿 호텔’, ‘가족의 비밀’, ‘나쁜 녀석들’에 얼굴을 비췄다. 역할 비중을 떠나 열심히 배우고 공부했다. ‘엄마’를 만난 지난 9월부터 그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엄마’ 촬영이 끝나고 매니저 분한테 제가 그런 얘기를 했대요. ‘내가, 이런 연기라는 행위 자체를 하고 있다는 게 말이야. 왜 이렇게 행복한거야?’ 저는 생각도 안 나는데, 매니저 분이 얼마 전에 알려주더라고요. 제가 요즘 그런가봐요.”
큰 눈에 오똑한 코, 도톰한 입술까지. ‘호남형’의 정답과도 같은 그다. 흰 피부에 긴 팔다리까지. 선하고 바른 모습의 그가 ‘엄마’를 만나 행복을 느껴가는 자신을 발견한 결과물은 더 없이 소중해 보였다.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 큰 눈에 눈물이라도 고이면 어쩌지’라는 마음에 기자를 조마조마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그는 진국이었다.
“연기요, 연기는요 지금 제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거에요. 창피하지만 옛날엔 비주얼 신경썼어요. 어떻게 하면 더 멋질까, 잘 생기게 나올까.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요. 저 요즘은 1%도 신경 안 써요. 대본 공부하는 저, 선배님들과 얘기하고 있는 저, 그 모습에만 집중하고 정진하려고 해요. 정말 뒤늦게 철들었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