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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의 귀환④]박명수-김구라-유세윤, '惡人' 캐릭터 예능프로 점령,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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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기자I 2008.04.24 10:24:41
▲ 예능프로그램에서 위악적인 캐릭터를 맡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박명수-김구라-유세윤(사진 왼쪽부터)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악인(惡人)이 방송을 지배하리라'

요한계시록의 한 구절을 연상시키는 이 말은 조금 과장된 표현일지는 몰라도 이미 방송가의 정설이 돼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악(惡)한 캐릭터들이 방송에서 두각을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예능프로그램에는 ‘국민 MC’ 유재석을 제외하고는 착한 캐릭터로 빛을 보고 있는 연예인들을 좀처럼 찾기 힘들다. MBC ‘무한도전’에서의 ‘악마’ 박명수, 거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서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내며 위악적인 캐릭터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김구라,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의 ‘건방진 도사’ 유세윤에서 SBS ‘일요일은 좋다’ ‘기승사’ 코너의 ‘장난꾸러기’ 가수 박현빈과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의 ‘악동’ 은지원이 그 예다.

특히, 유세윤과 박현빈은 기존 친근한 이미지를 버리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위악적인 캐릭터로 거듭나 시청자들에게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시청자들은 KBS 2TV ‘상상플러스’에서 착한 캐릭터로 존재감 없는 ‘유대감’보다는 ‘건방진 도사’를 기억하며, 트로트 가수로서 온화한 표정으로 중,장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박현빈의 모습보단 ‘기승사’에서의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에 더 열광하고 있다.

또 아이들 스타였던 은지원은 ‘1박2일’에서 ‘은초딩’으로 통하는 악동의 모습을 선보이며 연예인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김구라의 '독설'과 유세윤의 '건방짐'...시청자들 '통쾌'

그렇다면 이런 위악적인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방송사 PD는 김구라의 경우 위악적인 모습을 한 그의 독설이 우리의 속물 근성을 드러내고,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데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구라가 출연하고 있는 MBC ‘명랑 히어로’의 김유곤 PD는 “김구라가 방송에서 하는 말은 사람들이 대외적으로 내놓는 도덕적인 정답이 아니라 사람들이 누구나 한번쯤 속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차마 하지 못하는 말들을 방송에서 하는 것 뿐”이라며 “김구라의 이런 솔직한 발언에 담긴 그의 야성에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령, ‘명랑 히어로’에서 방송된 중,고등학교 우열반 문제에서 김구라는 ‘공부가 다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대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느냐”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누군가는 한번쯤 생각해봤음직한 ‘현실적인’ 발언들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무릎팍도사’에서 유세윤은 ‘건방짐’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자신보다 몇십년 연예계 선배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배 게스트들을 곤혹스러운 질문으로 코너로 몰곤 하는 유세윤은 예의의 파괴가 주는 과감함을 중무장한 건방진 캐릭터다.

이런 위악적인 캐릭터의 외피를 입은 유세윤은 프로그램 안에서 예의의 굴레를 벗어나 상대방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을 다 물어봄으로써 우리가 평소에 예의 차리느라 묻지 못했던 것에 대한 답변을 대신 얻어주며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이동연 문화 평론가는 예능 프로그램의 이런 위악적인 캐릭터들에 대해 “보통사람들이 체면 차리느라 혹은 사회 관계망 속에 얽혀 있어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런 캐릭터들이 거침없이 해줌으로서 시청자들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인기요인을 설명했다.
 
◇ 박명수, '악(惡)'과 '락(樂)'의 절묘한 궁합 
 
‘악마’ 박명수는 앞서 언급한 김구라, 유세윤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의 위악적인 캐릭터는 악과 함께 유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조욱형 PD는 “박명수는 방송에서 ‘악마’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남을 공격하고 잘 당하지 않는 김구라와는 달리 오히려 남을 괴롭히면 자신은 그 몇 배로 앙갚음 당하는 어설픈 악마”라며 “이런 악하지만 희극적인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 같다”고 박명수의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항상 다른 멤버들을 말이나 행동으로 공격하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하찮은’, 혹은 ‘아버지’ 같은 굴욕이며 무시라는 것이 이 방송 관계자의 말이다.
▲ 예능프로그램에서 '악동' 캐릭터로 거듭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수 은지원(사진 왼쪽)과 박현빈
 
◇ '은초딩' 은지원과 '기승사' 박현빈이 선사하는 '악동'의 의외성

‘1박2일’의 은지원과 ‘기승사’의 박현빈은 위 성인 캐릭터들과는 달리 ‘악동’의 이미지로 거듭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악동’이란 캐릭터 속 천진난만함과 이성이란 문제로 접근할 수 없는 아이의 의외성이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기승사’의 이영준 PD는 “박현빈의 경우는 프로그램에서 어린 아이 같은 자기중심적 캐릭터”라며 “가령 방송에서 박현빈이 김주희 아나운서를 업고 가는 벌칙 도중 김 아나운서를 그냥 땅에 버려두는데 그 이유를 박현빈에게 묻자 그냥 무거워서라고 대답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영준 PD는 또 “이런 위악적인 캐릭터들이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 ‘~답게’라는 고정된 인식의 틀을 깨고 웃음을 주는 큰 동기가 되고 있다”고 위악적 캐릭터들에 대한 매력을 전했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연예인은 자신이 맡고 있는 위악적인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구라는 이에 대해 “방송의 위악적 캐릭터는 세상이 거칠어지다보니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이라며 “이런 캐릭터는 실제로 예전부터 우리 일상 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인물상이었고, 다만 예전에는 방송에서만 볼 수 없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런 위악적인 캐릭터가 부담스럽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물론 방송이라 과장되는 면이 있지만 방송의 캐릭터가 어느 정도 내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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