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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마지막에는 누가 웃을 수 있을까.
거스 히딩크 러시아 대표팀 감독과 스티브 맥클라렌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유로 2008(2008년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E조 예선에서 그리고 있는 희비의 쌍곡선이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러시아가 잉글랜드를 2-1로 꺾었던 불과 한달 전만 해도 히딩크 감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하를 받을 만큼 ‘러시아 축구의 영웅’으로 갈채를 받은 반면 맥클라렌 감독은 경질론에 시달렸다. 하지만 18일 유로 2008 E조 예선 러시아-이스라엘전이 이들의 처지를 정반대로 만들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가 텔아비브 라마트간 경기장에서 열린 예선 조별리그 11차전에서 이스라엘에 1-2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날 패배로 6승3무2패(승점 21)에 그친 러시아는 선두 크로아티아(8승2무1패, 승점 26), 2위 잉글랜드(7승2무2패, 승점 23)에 밀려 본선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는 오는 22일 안도라와 최종전에서 반드시 이기고 잉글랜드가 크로아티아에 져야만 본선 티켓을 획득할 수 있다.
러시아-이스라엘전이 열리기 전만 해도 맥클라렌 감독이 이스라엘이 러시아를 이기는 이변을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었으나 이 경기 후에는 히딩크 감독이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이기기를 기대한다”고 밝히는 위치로 바뀌었다.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와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러시아가 안도라를 꺾더라도 승점은 같아지지만 러시아와 상대전적 골득실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잉글랜드의 본선행이 유력하다. 홈인 웸블리 구장에서 크로아티아와 최종전을 벌이는 잉글랜드가 객관적인 전력상 패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본선행을 이미 확정환 크로아티아는 18일 마케도니아에 0-2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1주일 전 “잉글랜드는 본선에 나갈 자격이 없다”고 큰소리치던 히딩크 감독이 이스라엘전을 마친 뒤 “현실적으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며 “잉글랜드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바꿀 정도로 분위기는 급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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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8일 러시아에 패한 뒤 절망에 빠져 있던 맥클라렌 감독은 희망에 가득 차 있다.
당초 러시아-이스라엘전을 집에서 관전하려다 대표팀 숙소로 돌아와 코칭스태프와 함께 TV로 지켜본 그는 “나는 러시아가 이스라엘에 가서 이기는 게 힘들 것 이라고 확신해왔다”며 “ 이스라엘에 가서 승리를 기록하는 팀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고 흐뭇해했다. 잉글랜드도 지난 3월 24일 이스라엘 원정 경기서 0-0으로 비긴 바 있다.
하지만 맥클라렌 감독은 “나는 항상 E조는 최종전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특히 잉글랜드는 웨인 루니, 마이클 오언 등의 부상으로 믿을만한 스트라이커 요원이 피터 크라우치 밖에 없다는게 걱정스럽다.
맥클라렌 감독의 말처럼 E조에 마지막 한 장 남은 본선 티켓의 주인공은 22일 예선 최종전이 막을 내릴 때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히딩크 감독도 “아직 예선은 끝나지 않았다”며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편 B조에선 이탈리아가 스코틀랜드를 2-1로 꺾고 8승2무1패(승점 26)로 조 1위에 올라 이날 경기가 없었던 프랑스(8승1무2패, 승점 25)와 함께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룩셈부르크를 1-0으로 제친 G조의 네덜란드와 스웨덴을 3-0으로 대파한 스페인도 본선에 올랐다.
또 벨기에를 2-0으로 누른 A조의 폴란드, 몰타를 5-0으로 몰타를 완파한 C조의 그리스도 조 1위를 고수하며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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