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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28일 해당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B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환자실 환아를 맨손으로 무릎에 앉히거나 끌어안은 사진과 함께 “낙상 마렵다”(낙상시키고 싶다), “분조장(분노조절장애) 올라오는 중” 등 상상할 수 없는 문구 등을 올렸다.
A 씨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건 지난 3월 24일. 이들 부부의 첫 아이다. 세상에 나온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도 전인 불과 5일 만에 이런 일을 당했다.
A 씨는 “(아이의) 산소포화도가 낮아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하루 뒤 청색증과 황달이 와서 치료 중이었다”며 “제대로 된 수유를 못하는 상황이라서 관 수유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마음대로 인큐베이터에서 꺼내서 산소 공급하는 호스도 뺐다”며 “멸균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아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신생아 목을 뒤로 젖혀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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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환아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한 손으로는 키보드를 만지는 행위는 낙상 위험성이 크고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대처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A 씨는 종합격투기(MMA) 선수다. 국내 단체 챔피언을 지낼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해당 사건이 알려졌을 때 UFC에서 활약했던 ‘코리안 좀비’ 정찬성 ZFN 대표는 SNS에 “세 아이의 아빠로서 동생(A 씨)과 아기 엄마가 얼마나 속상할지 상상도 안 간다”며 “이렇게라도 알려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원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 외에도 많은 MMA 선수가 SNS를 통해 A 씨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
A 씨는 이름을 밝히는 걸 원치 않았다. 직업, 사진 공개 등을 허락하고 “이미 알 사람은 다 안다”면서도 이번 일에는 그저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가족의 가장으로 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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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후에 최고 경영자로부터 위임받았다는 팀장을 만났는데 ‘개인의 일탈’이라고 말하며 학대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A 씨는 병원장과 면담을 통해 대국민 사과 등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병원 측은 4일 입장문만을 내고 “철저한 조사와 함께 적극적인 후속 조치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충격과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A 씨와 약속했던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 A 씨는 “이게 대국민 사과가 맞느냐?”고 반문한 뒤 “입장문 안에서도 병원의 잘못에 대한 내용은 없고 그저 간호사 한 명으로만 몰아갔다. 구체적인 향후 방안에 대한 말도 없었다”고 전했다.
전날 나눴던 말과 다른 대응이 나오자, A 씨는 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돌아온 대답은 ‘이게 최대한 빠르게 할 수 있는 최선이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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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의 아이는 곧장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출산 후 회복 중인 아내 역시 안정을 찾고자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A 씨는 “이미 우리 가족에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CCTV 등 확인할 수 있는 게 없다. (가해 상황이) 계속 상상된다”며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전했다.
A 씨는 확실한 대책과 가족에 대한 피해 보상을 원한다면서도 “책임 소재를 비롯해 이미 전에 약속을 해놓고 말을 바꾼 상황이기에 또 어떻게 나올진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A 씨에게 가해 간호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왜 그랬는지... 도대체 왜 그렇게 살았는지 묻고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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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간호사 세 명이 추가로 학대 의혹을 받는 가운데 김 병원장은 “추가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히 다루겠다”며 “모든 교직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더불어 병원 시스템과 조직 문화를 점검해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