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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이수만 'CT철학', 욘사마 품고 '엔터제국' 이상 실현

김은구 기자I 2018.03.15 06:00:00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이수만의 CT(문화기술)에 대한 꿈이 플랫폼 확장으로 나타났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14일 배우 매니지먼트사 키이스트, 미디어 콘텐츠 기업 FNC애드컬쳐를 인수한다고 잇달아 발표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CT라는 개념을 10여 년전부터 주창한 이수만 프로듀서가 그 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키이스트가 배용준을 비롯한 스타급 배우를 주축으로 한 업체라는 점 등 이유로 인수했다고 설명하는 건 표피적 해석이다. 키이스트는 한류스타 김수현, 김현중, 정려원, 손담비, 안소희, 우도환 등 굵직한 배우들이 대거 소속된 매니지먼트사로 대중에게 익숙하지만 영상콘텐츠 기획·제작, 이벤트, 공연, 미디어플랫폼 등의 사업분야에서도 입지가 확고한 회사다. 일본 최대 한류 방송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인 디지털어드벤쳐(DA)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FNC애드컬쳐는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달콤한 원수’, ‘란제리 소녀시대’, 예능 ‘씬스틸러’, ‘신드롬맨’, ‘며느리 모시기’ 등 국내 지상파와 종편은 물론 웹드라마 ‘마이 온리 러브송’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는 등 글로벌 플랫폼을 대상으로 다양한 레퍼런스를 쌓았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1952년 생으로 서울대 농공학과를 졸업한 가수 출신 프로듀서다.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를 받은 유학파 출신이다. 당시만 해도 현역 연예인이 외국 정규대학에 유학간 예가 없었다. 1972년 가수 데뷔 이후 라디오 DJ, MC로 활약하던 이수만은 80년대말 프로듀서로 전향했다. 이후 1995년 자신의 영문 이니셜을 딴 SM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가수 출신 프로듀서 시대를 열었다. 이후 박진영의 JYP, 양현석의 YG 등이 가수를 수장으로 한 연예기획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수만은 SES, 신화, HOT, 소녀시대, 엑소, 레드벨벳, NCT 등 내놓는 그룹마다 스타덤에 올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 덕분에 지분 20.19%를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는 시가총액 9000억원(14일 종가 기준)의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성장했다.

SM은 소녀시대 10주년을 맞은 지난해말 일부 멤버가 팀을 떠나고 신규 그룹 론칭 스케줄이 지연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 공교롭게 트와이스를 앞세운 JYP, 빅뱅을 선두로 한 YG의 도전도 맞닥뜨렸다. 그 때문에 이수만 프로듀서는 90년대 말부터 주창한 ‘Culture First, Economy Next’라는 키워드에 더 집중했다. 문화로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 키이스트와 FNC애드컬처를 인수한 배경에도 자사의 상품을 먼저 알리는 플랫폼 확보를 염두에 뒀다. 지상파에 이어 CJ E&M이라는 거대 자본과 플랫폼을 맞서고, JYP와 YG의 도전에 응전하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

SM은 이번 인수로 영상 콘텐츠 제작에서 경쟁 기업을 넘어 방송사에 경쟁할 만한 사업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스타 매니지먼트가 주업인 기획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확장을 해온 분야가 방송과 웹, 모바일 기반의 영상 콘텐츠 제작이다. SM은 키이스트 인수를 계기로 스타의 글로벌 매니지먼트 강화와 함께 MCN, UCG 콘텐츠 기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 하게 됐다. 특히 SM은 DA가 영위하고 있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한류 미디어 사업, 팬클럽 및 공연 이벤트 사업 등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노하우를 활용해 더욱 강력하고 폭넓은 일본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FNC애드컬쳐를 통해 스타와 엔터테인먼트 기반 리테일, F&B, 패션, 레저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비즈니스의 관련기업 제휴 및 해외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SM은 FNC애드컬쳐 인수 및 FNC엔터테인먼트와 제휴로 온라인, 모바일 및 해외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는 방송, 영상 콘텐츠 제작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키이스트와 FNC애드컬처에도 환영할 만한 거래다. SM은 한세민 자사 공동대표를 전면에 앞세워 지난해말부터 이번 거래를 남몰래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SM은 키이스트 대주주인 배용준을 상대로 주당 3만8075원씩 350억 원 규모의 신주 91만 9238주를 증자를 통해 배정하고 나머지 150억 원은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배용준은 키이스트 경영권을 넘기는 대신 SM 주식을 확보해 주요 주주로 올라선다. 배용준의 지분 가치는 전날 종가 기준 561억 원이다. FNC애드컬처의 모회사인 FNC엔터테인먼트도 주요 지분을 넘기면서 신주발행을 통해 확보한 100억원의 자금과 기존의 현금성 자산 200억원을 바탕으로 신규사업 진출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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