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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 대가의 귀환…'자산어보' 이준익 감독, 이번엔 정약전[종합]

박미애 기자I 2021.02.26 07:00:00

이준익 감독 열네 번째 장편 '자산어보'
정약전과 그 주변 인물 조명…"영웅 아닌 사소한 개인의 이야기"
설경규 정약전, 변요한 창대 역…나이·신분 뛰어넘은 우정 선봬
오는 3월 31일 개봉

‘자산어보’ 제작보고회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시대극 거장 이준익 감독이 또 한 편의 사극영화를 내놓는다. ‘자산어보’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뒤 바다가 궁금한 호기심 많은 유학자 정약전과 배움에 갈증을 느끼는 청년 어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준익 감독의 열네 번째 장편이다.

이준익 감독과 설경구 변요한은 25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자산어보’ 제작보고회에서 연출 계기와 출연 소감을 밝혔다.

이준익 감독은 “5년 전 동학에 관심을 둔 것”이 ‘자산어보’의 출발이 됐다고 알렸다. 그는 “동학이 왜 동학일까 싶어 살펴보니 그 앞에 서학이 있고, 서학은 또 뭐지 싶어 살펴보니 천주학이 나왔다”며 “그렇게 훑다 보니 훌륭한 분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정약전에 꽂혔다”고 말했다.

앞서 이준익 감독은 ‘사도’ ‘동주’ ‘박열’ 등으로 역사적 인물과 이야기에 파고들었다. ‘자산어보’은 ‘변산’으로 잠시 외도(?)했던 그의 시대극 복귀작이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역사를 잘 아는 줄 아는데 사실은 모르니까 파고드는 것”이라며 “이게 뭐지 싶어 좀 더 좀 더 알아보다 푹 빠져서 ‘역덕’(역사 덕후)이 됐고 그것이 영화로까지 이어졌다”고 너스레를 놨다.

이준익 감독은 ‘사도’에서 비극적인 가족사를 통해 세대단절의 아픔에 주목했고, ‘동주’와 ‘박열’에서는 부당한 탄압과 폭력에 굴하지 않는 숭고한 시대정신에 주목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 영화들은 수십년, 수백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감동과 여운을 줬다. ‘자산어보’와 더불어 정약전과 창대라는 인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준익 감독은 “시대의 인물을 그릴 때에는 영웅이나 위대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데 윤동주 옆에 송몽규, 박열 옆에 후미코, 정약용 옆에 정약전 또 그 옆에 창대가 있듯이, 유명하지 않지만 같은 시대를 버티고 이겨내는 사소한 개인과 그 주변을 그리면 보면 그 시대의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얘기했다.

이준익 감독이 매료된 정약전과 창대를, 설경구와 변요한이 각각 연기했다. 설경구는 ‘자산어보’로 데뷔 이래 첫 사극 연기에 도전했다. 설경구는 정약전이라는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 듯, “연기하면서 털끝만큼도 정약전의 사상이나 마음가짐을 따라간다는 생각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로운 사상을 가졌지만 실천을 못했던 인물이 유배를 간 섬에서 민초들을 만나 그들의 의해서 자신의 사상을 완성하게 됐다고 생각했다”며 “그러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튀지 않게 연기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자산어보’는 이준익 감독이 ‘동주’에 이어서 선보이는 흑백영화다. 변요한은 연기하면서 주안점으로 둔 부분에 대해 이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 영화가 선, 면, 형태가 도드라져 보이는 흑백영화여서 조금이라도 허투루 연기하면 화면에 다 걸렸다”며 “그래서 창대라는 인물의 본질과 변요한이라는 사람의 본질이 달라 충돌하는 경우에도 욕심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한 마음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준익 감독은 “정약전과 창대가 나이, 신분, 가치관의 차이에도 벗이 돼가는데 ‘자산어보’는 우정보다는 그들의 간극을 메우게 한 가치를 들여다본 이야기”라고 귀띔하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자산어보’는 오는 3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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