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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에서 공식 후원사가 아니라면 마케팅을 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대회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후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타 업체들의 ‘앰부시 마케팅(이벤트에서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TV 광고나 개별 선수 후원을 활용해 공식 스폰서인 듯한 인상을 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 등을 철저히 제한한다. 사실상 대회를 후원하지 않고도 방송에 로고를 노출하는 방법은 선수들의 유니폼이나 장비를 후원하는 방법뿐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선 몇몇 회사의 ‘금메달급’ 로고 위치 선정이 돋보였다. 적은 돈으로 소위 ‘가성비’ 최고의 광고효과를 누렸다.
스포츠의류브랜드 아디다스는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4)의 의류를 후원한다. 이번 대회에서 윤성빈의 ‘아이언맨’ 헬멧만큼이나 자주 잡힌 것이 아디다스 로고였다. 스켈레톤 선수는 썰매와 함께 시속 140km로 질주한다. 경기 중간에는 선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아디다스는 선수의 움직임이 비교적 적은 시작과 끝을 노렸다. 아디다스 로고는 윤성빈의 오른 팔꿈치 부근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출발대에 서서 달리기 전에 오른 주먹으로 얼음 바닥을 한 번 세게 내려친다. 이후 오른팔을 하늘로 향해 들 때 아디다스의 로고가 선명히 보인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후 브레이크를 걸 때도 아디다스 로고가 방송에 노출됐다. 윤성빈은 속도를 줄일 때 두 팔을 곧게 펴 썰매에 몸을 지탱하고 발로 브레이크를 건다. 윤성빈의 금메달이 확정됐을 때 그의 왼팔에 있는 태극기와 오른팔에 있는 아디다스 로고도 함께 전파를 탔다.
올림픽이 나닌 월드컵 등에선 헬멧이 ‘황금의 자리’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리를 앞으로 하고 엎드려 타는 스켈레톤은 트랙을 질주하는 내내 화면에 잡힌다. 그러다보니 헬멧의 중앙에 붙인 기업의 로고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스노보드와 스키의 ‘금메달급 위치’는 장비 밑바닥이다. 프리스타일 스키 또는 스노보드에서 선수들은 공중에 몸을 맡긴다. 선수들의 발이 하늘을 향하면 자연스레 장비의 바닥 부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 선수들을 후원하는 장비 제조 업체의 브랜드가 스키나 스노보드 바닥에 선명히 적혀있다. ‘스노보드 천재’ 클로이 킴(미국)이 공중에서 1080도 회전을 할 때 그의 얼굴보다 더 선명히 보인 것이 스노보드 제조업체 ‘BURTON’사의 로고였다.
활강처럼 속도를 다투는 종목에선 경기 중 장비 후원 업체의 로고 노출이 어렵다. 때문에 선수들은 점수 발표를 기다리면서 일부러 스키를 카메라 정면에 세워놓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한다.
‘팀 킴’ 여자 컬링 대표팀의 유니폼 스폰서인 휠라는 대회 공식후원사로 참여하지 않고도 가장 큰 마케팅 효과를 누린 브랜드 중 하나다. 2012년부터 컬링 대표팀을 후원해 온 휠라는 유니폼을 제작할 때 상의 뿐만 아니라 바지 왼무릎에도 로고를 박았다.
컬링 선수가 카메라에 ‘단독 샷’을 받는 건 딜리버리(투구) 때가 거의 유일한데, 이 동작에서 선수들은 대부분 왼무릎을 들고 스톤을 민다. 2시간 넘게 이어지는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의 딜리버리 때마다 휠라의 로고가 잡혔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효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휠라 관계자는 “컬링 대표팀의 활약으로 브랜드가 방송에 자주 잡혔고 인지도가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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