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는 영화 ‘보통의 가족’ 개봉을 앞두고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영화는 재완(설경구 분), 재규(장동건 분) 형제 부부가 부모로서 자신의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현장을 목격한 뒤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며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섬세히, 긴장감있게 전개한다. 설경구는 극 중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인 첫째 형 ‘재완’ 역을 맡았다. 장동건은 정의로운 의사인 둘째 ‘재규’ 역을 맡아 설경구와 함께 치열히 대립하는 형제 간 감정의 소용돌이를 표현했다.
설경구와 장동건은 배우 박중훈의 소개로 사석에서 처음 만나 친분을 갖고 지낸 지 오래됐지만, 작품으로 이들이 만난 건 ‘보통의 가족’이 처음이다.
설경구는 장동건의 연기를 본 소감을 묻자 “모니터를 바라보며 (장)동건이도 이제 깊어진 느낌이 들더라. 저는 그게 참 좋게 느껴졌다”며 “특정 장면에서 느꼈다기보단, 동건이의 클로즈업된 단독샷을을 보면서 그에게도 그늘이 있어보이더라. 그런 점에서 깊이감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영화에는 다소 함축적으로 드러난 ‘재완’과 ‘재규’의 형제 전사, ‘재완’이 동생인 재규와 가족들을 바라보는 감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설경구는 “전사에 대해 서로 이야기한 부분들은 있다. 구체적인 기억은 안 나지만, 영화를 보면 재완이가 장남으로서 늘 먼저 한 달 한 번 그 저녁식사를 마련한다. 늘 자신이 계산했고, 병든 노모의 요양병원 입주 비용도 사실상 본인이 다 내려고 한다”며 “그런 행동들은 사실 밖으로 보여주기 식의 계산된 행위가 아닐까 생각했다. ‘우린 이런 형제다’, ‘우린 우애가 좋습니다’ 이런 것들 말이다. 사실 형제가 한 달에 한 번은커녕 일년에 한 번도 다같이 모여 식사하는 게 쉽지 않다. 영화를 보면 재규네 부부는 안 가려는 생각도 하지 않나, 그런데도 굳이 저녁식사를 고집하는 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의 가족’은 숨긴다면 덮어질 수 있는 아이들의 범죄 현장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둘러싼 부모들의 딜레마와 고민을 보여준다. 극 중 네 인물 모두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재완과 재규가 보여주는 감정 및 선택의 변화 폭은 유독 크고 극적이다. 설경구는 극 후반부 재완이 내린 선택을 연기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봤는지 묻는 질문에 “재완이가 마지막에 내린 선택도 결국 자기를 위한 계산이 아니었을까”라며 “가족, 딸을 생각한 것도 있겠지만 미묘히 자신을 위한 여러 계산들을 거친 결과일 것이다. 물론 결정적 도화선이 된 계기도 있지만, 그 일이 전부는 아니었을 거다. 재규의 경우는 감정의 폭이 확확 변한 거라면, 재완은 겉으로 티나지 않지만 미묘히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이 무엇이 될지 생각하며 서서히 변해갔을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실제 본인은 극 중 사건에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묻는 질문에도 솔직히 답했다. 그는 “제3자의 입장에선 정답이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내가 부모라면 (아이를) ‘자수 시키겠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어렵다”며 “내가 어떤 위치에 서 있냐에 따라 보이는 지점들이 다를 것 같다. 저는 이런 일을 겪어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안 겪고 싶지만 다는 아니더라도 어떤 부모들은 실제 자식을 자수시키는 경우도 물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