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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공] 칸은 세계 아트하우스(art-house) 영화의 최전선. 코엔 형제(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수상하지 못한 작품마저 황홀했던 지난해 60주년 영화제보다는 상대적으로 빈약하지만 올해 역시 다양한 빛깔과 무늬의 질문으로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25일 폐막까지 앞으로 겨우 이틀. 경쟁 부문 22편 중 벌써 18편이 선을 보였다. 2008년 칸을 지배한 세 가지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모성―여성성 찬양
인간성에 관한 희망이 아직 남아 있음을 웅변하는 올해 칸의 송가(頌歌). 미국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바뀐 아이(Changeling)', 아르헨티나 파블로 트라페로의 '레오네라(Leonera)', 벨기에 다르덴 형제의 '로르나의 침묵(Le Silence of Lorna)'이 이 놀라운 여성의 본능을 직·간접적으로 경배하고 있다. 이 존경스러운 어머니들은 유괴당한 아이를 찾기 위해 서슬 퍼런 1920년대의 경찰을 상대로 끈질긴 싸움을 벌이고(앤젤리나 졸리·바뀐 아이), 감옥에서 낳은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없게 되자 목숨을 걸고 탈옥을 감행하며(마르티나 구스만·레오네라), 뒤늦게 사랑을 깨닫게 해준 남자의 부재(不在)를 극복하기 위해 그의 2세를 갈구한다(아르타 도브로시·로르나의 침묵). 각각의 작품이 지닌 사회적 맥락과 문제의식은 다양하지만 그 기저에는 웬만한 남성들이 범접하지 못할 위대한 어머니의 본능에 대한 찬양이 있다.
'바뀐 아이'의 앤젤리나 졸리는 "촬영 몇 개월 전 어머니를 잃었다"며 "영화 속 어머니 크리스틴을 연기하면서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지울 수 있었다"고 했다. 세 배우 모두 여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 작품도 칸에서 모두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실화―쓰디쓴 리얼리즘
칸은 순간을 위로하는 달콤한 당의정보다 삶을 각성하게 만드는 쓰디쓴 리얼리즘을 언제나 사랑해 왔다. 그중 2008년의 특징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는 점. 픽션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강력한 진실의 힘이다. 이스라엘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의 왈츠를(Walts with Bashir)', 이탈리아 마테오 개런의 '고모라(Gomorra)', 중국 지아장커의 '24 도시(24 city)' 등이 이에 속한다.
'바시르와의 왈츠를'은 1982년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소에서 벌어졌던 대량 학살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올해 경쟁 부문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 '반전(反戰) 영화'의 전범(典範)으로서도 훌륭하지만 인간이 자신의 편의에 따라 얼마나 임의로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탁월한 증언이기도 하다.
'고모라'는 이탈리아의 마피아 고모라에 대한 영화적 고발. 폐기물 처리사업 이권과 관련해 휘두른 고모라의 전횡이 나폴리 하층 계급을 어떻게 황폐화시켰는지를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중국 지아장커는 쇠락한 옛 공장을 고급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중국 청두(成都)를 배경으로 다양한 계급들의 이해관계를 추적한다. 급격한 자본주의가 진행되고 있는 중국 사회의 슬픈 단면을 예리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인물―체 게바라, 타이슨
경쟁과 비경쟁 부문을 포함해서 올해 가장 두드러진 또 하나의 특징은 인물에 관한 전기·혹은 다큐멘터리가 많았다는 점. 그리고 더 중요한 공통점은 이들에 대한 미화(美化)가 아니라 반성적 성찰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스티븐 소더버그의 '체(Che·경쟁)', 세르비아 에밀 쿠스트리차의 '마라도나(Maradona·비경쟁)', 미국 제임스 토백의 '타이슨(Tyson·주목할 만한 시선)'이 주목받았다.
'체'는 모순적이게도 현대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유명 아이콘이 되어 버린 남미 사회주의 혁명 전사 체 게바라에 대한 입체적 보고서. 그를 이미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배신감을 느끼게 할 만큼, 소더버그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체 게바라를 묘사한다. 주연인 베네치오 델 토로('씬 시티' '21그램') 역시 감정의 분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관객 스스로 체 게바라를 판단하도록 연기한다. 4시간 28분의 러닝타임으로 올해 칸 영화제 출품작 중 최장편 영화이기도 하다. 다큐의 형식으로 제작된 영화 '타이슨'과 '마라도나' 역시 본인의 고백과 타인의 인터뷰 등을 적절하게 삽입, 인물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가능하게 도와주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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