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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커터' 알고도 당한다

이석무 기자I 2017.05.05 08:04:07
커터 그립
커터를 던지는 LG 토종에이스 류제국.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프로야구가 ‘마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시즌 초반 ‘너클볼’ 열풍이 불더니 이제는 ‘커터’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

LG 트윈스의 우완 에이스 류제국(34)은 올시즌 6경기에 나와 5승1패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 중이다. 6차례 선발 등판 가운데 4번이나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했다.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로 막는 하이 퀄리티스타트(QS+)도 2번이나 된다.

류제국은 2013년(12승)과 2016(13승)을 기록한 수준급 선발투수다. 하지만 냉정히 봤을때 리그 정상급 에이스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데뷔 시즌은 2013년(3.87)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자책점이 4점대가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승리요정’으로 자리매김했다. 직구 평균 구속은 지난해 140.7km에서 올해 136.4km로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더 위력적인 투수가 된 것은 바로 커터 때문이다.

커터는 직구처럼 들어가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좌타자 무릎 쪽으로 살짝 휘어 들어간다. 타자는 직구처럼 느끼고 스윙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배트에 빗맞고 땅볼 타구가 되기 일쑤다.

류제국은 지난해 전반기까지만 해도 커터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포심과 슬라이더, 커브를 위주로 던졌다. 그런데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커터를 장착했다. 경헌호 불펜 코치로부터 구질을 배웠다. 지난해 후반기에 커터 비중은 11.2%였다. 올시즌은 아직 초반이지만 16.8%까지 늘어났다.

류제국이 던지는 커터는 흔히 말하는 ‘리베라 커터’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가지고 있는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48·은퇴)는 현역 시절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커터를 구사했다.

그가 던지는 공의 90% 이상이 커터였다. 타자들은 알고도 치지 못했다. 회전이 워낙 심하다보니 타자들이 맞추더라도 방망이가 부러졌다.

왕년의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마이크 스위니는 “리베라가 뭐를 던질지 안다. 하지만 공포영화도 뭐가 나올 지 아는 건 마찬가지다. 어쨌든 당하게 되는 건 마찬가지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물론 류제국의 커터는 리베라만큼 빠르지 않다. 직구와 마찬가지로 130km대 중후반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볼끝이 워낙 좋다보니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한다. 구속이 전부가 아님을 류제국의 커터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타자들은 커터를 알고도 치지 못할까. 최원호 SBS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은 “슬라이더나 커브는 선수들이 어릴적부터 많이 접했기 때문에 궤적의 감이 온다. 하지만 커터는 성인 때 처음 상대하기 때문에 생소할 수밖에 없다”며 “커터를 공략하려면 직구 타이밍에 맞춰 대응해야 하는데 방망이 앞에서 휘다보니 나무배트 스윗 스팟에 맞추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커터를 던지면 누구나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커터를 치기도 어렵지만 제대로 던지는 것도 어렵다. 커터 그립의 방법을 알더라도 잘못 던지면 평범한 직구가 되거나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볼이 된다.

최원호 해설위원은 “커터를 던지기 위해선 투수 본인의 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특히 손끝으로 공을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한다. 류제국은 커터를 배우기 전부터 손끝으로 공에 변화를 주는 능력이 뛰어난 투수였다”며 “아직 국내에 커터를 가르칠 수 있는 지도자가 많지 않다. 투수들이 제대로 배우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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