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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53) 감독은 영화 시장이 풍성해진 원인으로 한국영화의 질적 향상에 앞서 멀티플렉스의 활성화를 언급했다. 강 감독은 “밥 먹고 쇼핑하고 영화 보고. 멀티플렉스가 문화생활의 일부로 영화를 끼어 넣은 결과다”라며 “스크린 독과점 등 멀티플렉스의 폐해는 물론 존재하지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한국영화계에 1000만, 꿈의 숫자를 처음으로 현실화시켰다. 2003년 직접 메가폰을 잡은 영화 ‘실미도’로 1108만 관객을 모았고, 2005년에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 제작에 참여해 다시 한 번 1000만 흥행 신화를 일궈냈다.
강 감독은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지난해 ‘도둑들’에 이어 ‘광해, 왕이 된 남자’, 올해 ‘7번방의 선물’까지 최근 1000만 영화가 연이어 탄생하면서 한국영화는 재도약에 성공했다. 강 감독은 최근 경향에 대해 “환경이 좋아진 것”이라고 받아쳤다. 오히려 2006년을 상기시키며 후배 영화인들에게 “지금 더 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6년 한국영화 시장은 최근 상황과 비슷하다. 겉보기에 더없이 화려했다. 전년도 개봉한 ‘왕의 남자’와 그해 개봉한 ‘괴물’이 잇따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제대로 부흥기를 맞는 듯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해 연말 투자수익률은 전년도 플러스에서 -24.5%로 급락했고, 이후 2년 연속 -40%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날 줄 몰랐다.
“전 오히려 그때 앞으로 해마다 2~3편씩은 1000만 영화가 나올 거라고 떠들고 다녔었어요. 그런데 시장에 거품이 끼면서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잖아요. 그 시기를 생각하면 활성화가 다소 늦은 거죠. 그 당시의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 두 편의 영화가 흥행 했다고 한국영화 전체가 잘 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쉽게 말해 손님이 드는 영화와 안 드는 영화, 양극화는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고 봤다.
“네티즌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자고 평론가예요.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를 삽시간에 공유해 개봉 다음날이면 전 국민이 ‘이 영화 재미있어, 없어’에 대한 판단을 끝내버립니다. 집에서 얘기하고, 친구한테 문자 보내고, SNS 등으로 퍼다 나르면 개봉 첫 주에 게임이 끝나요. 요즘 망하는 영화는 처참합니다. 과거에는 흥행이 안 돼도 100만은 했다면 요즘은 20~30만 모으고 끝이에요. 1등 영화에는 온 국민이 로또 당첨되듯 대박을 안겨주고, 아닌 영화는 동시에 다 외면해 버리니 안타깝죠.”
강 감독은 “관객이 볼만한 영화를, 제대로 만들어 내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다양성을 확보하고 균형 잡힌 발전을 꾀할 때라고 덧붙였다.
“극장에 돈이 좀 몰린다고 아무 영화나 막 찍어댄다면 관객은 곧 등을 돌리게 될 거예요. ‘7번방의 선물’이 잘 됐다고 웃기고 울리는 영화만 계속 만든다면 그 역시도 결과는 마찬가지고요. 관객이 사랑해줄 때, 관객이 지켜봐줄 때 보다 다양한 시도로 그들의 시선을 넓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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