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페이스'→'글래디에이터2' 흥행 복병…웰메이드 청불 영화의 반란

김보영 기자I 2024.11.28 06:00:01
영화 ‘히든페이스’ 스틸.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 NEW)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연말 극장가에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와 ‘글래디에이터2’(감독 리들리 스콧) 등 웰메이드 청불(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10대 관객을 동원할 수 없는 한계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몰입도 높은 연출,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로 입소문을 모으면서 박스오피스에서 잔잔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위키드’ 좌판율 제쳤다…청불 스릴러의 반란

지난 20일 개봉한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 주연의 스릴러 영화 ‘히든페이스’가 대표적이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집 안의 밀실에 갇혀 이들의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다. 약혼자의 외도를 밀실에서 목격한다는 파격 설정, 박지현의 과감한 노출로 개봉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동안 정사, 노출신 등이 담긴 청불 영화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인터넷TV(IPTV)에서 수요가 높았기에 극장에선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행 복병으로 떠올랐다. 박스오피스 순위는 동시기 개봉한 뮤지컬 영화 ‘위키드’(감독 존 추)에 밀렸지만, 실제로 판매된 좌석을 가늠하는 지표인 좌석판매율(좌판율)에선 앞지른 것이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위키드’가 전날 5만 2671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 ‘히든페이스’가 4만 1361명으로 2위를 기록 중이다. 누적 관객수는 각각 75만 7834명, 43만 5825명이다. 하지만 좌판율은 ‘히든페이스’가 11.6%로 ‘위키드’(6.5%)를 월등히 앞섰다. 지난 20일 개봉 첫날에도 ‘히든페이스’의 좌판율은 16%로, ‘위키드’(10%)를 앞섰다. 관객수가 유독 많았던 지난 23일 토요일에는 ‘히든페이스’의 좌판율이 26.6%까지 치솟았다.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 NEW)
실관람객의 만족도를 집계한 CGV골든에그지수도 91%(100% 만점)로 상위권이다. 특히 CGV의 연령별 예매 분포에 따르면 40대가 30%, 50대가 26%로 중장년층이 관람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액션물이 아닌 청불 영화가 극장에 나온 게 수년 만인데다 남녀 간 치정과 욕망을 스릴러 장르로 풀어낸 작품 자체가 드물다는 신선함이 흥미 요소로 작용했다”며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가 원작인데, 원작의 틀은 가져가되 줄거리를 더욱 과감히 재해석한 차별화된 각색으로 원작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라고 말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2’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전작 향수→화려한 액션…뚜렷한 개성 통했다

지난 13일 개봉한 외화 ‘글래디에이터2’도 잔인한 폭력신의 벽을 넘고 꾸준히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27일 기준 누적 관객수가 76만 4614명이다. ‘글래디에이터2’는 2000년 당대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글래디에이터’ 이후 24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다. 전작에 이어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편은 국내 개봉 당시 15세 이상 관람 등급이었지만, 2편은 청불로 등급이 상향됐다. 전작 ‘글래디에이터’는 황제의 총애를 받던 정의로운 장군 막시무스(러셀 크로우 분)가 가족을 잃고 노예로 전락하며 복수에 나선 이야기를 그렸다.

‘글래디에이터2’는 막시무스의 죽음 후 20년이 지나 그의 아들인 루시우스(폴 메스칼 분)가 피폐해진 로마의 영광을 되찾고자 복수의 결투에 뛰어드는 과정을 담았다. CGV에 따르면 ‘글래디에이터2’ 역시 40대(31%)와 50대(32%) 중장년 관객들의 관람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CGV골든에그지수도 90%를 기록 중이다. ‘글래디에이터2’ 측 관계자는 “전작의 추억을 간직한 중장년 관객의 향수와 반가움이 관람 열기로 작용했다”며 “폭력신의 수위가 높지만 그만큼 더 과감하고 화려해진 액션 스케일이 만족으로 이어진 듯하다”고 전했다.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극장의 티켓값이 오르고, 미개봉 영화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흥행 공식도 바뀌었다”며 “수요층이 확실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히든페이스’와 ‘글래디에이터2’는 뚜렷한 장르적 개성과 완성도로 청불의 한계를 역으로 확실한 타깃, 기회처럼 활용한 케이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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