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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안산(20·광주여대)과 김제덕(17·경북일고), 황선우(18·서울체고),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안산은 사상 첫 양궁 3관왕(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 개인전)을 차지했고 김제덕은 2관왕(혼성 단체전, 남자 단체전)에 올랐다. 황선우는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자유형 100m 아시안 신기록(47초56), 자유형 200m 한국 신기록(1분44초62)을 세웠다. 우상혁은 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2m35)으로 4위를 차지하며 육상 트랙&필드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네 선수는 하루아침에 나온 깜짝 스타가 아니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실력을 다져온 기대주였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태극마크를 당당히 달 정도로 실력은 검증돼 있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만큼 네 선수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결과는 완벽했다. 안산과 김제덕, 황선우, 우상혁은 Z세대답게 긴장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실력을 모두 발휘했고 한국 팬들에게 기쁨을 선물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양궁을 시작한 활을 잡은지 10년 만에 올림픽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그는 혼성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 개인전을 모두 제패하며 하계올림픽과 양궁에서 사상 첫 3관왕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안산을 지도하고 있는 김성은 광주여대 양궁부 감독은 제자에 대해 “극한의 상황을 즐기는 타고난 승부사가 안산이다. 단 한 발로 메달의 색깔이 결정되는 결승전 슛오프에서도 떨지 않는 걸 보고 역시 대단하고 느꼈다”며 “안산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경기하는 강심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대견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안산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스무 살이 된 만큼 안산의 활약이 이번 올림픽에 그칠 것 같지 않다”며 “주변의 예상을 쉽게 넘어서는 선수가 안산이기 때문에 파리 올림픽은 물론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도 한국 양궁의 에이스로 활약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리아 파이팅’ 열풍을 일으킨 김제덕은 2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양궁을 이끌어갈 기대주에서 에이스로 거듭났다. 생애 첫 올림픽에 대한 긴장감을 코리아 파이팅으로 지운 그는 승부가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순간마다 10점을 쏘며 한국 양궁의 새로운 스타가 됐다. 황효진 경북일고 코치는 제자인 김제덕에 대해 “양궁에 미쳐 있는 김제덕은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라며 “부족한 부분이 하나라도 있으면 양궁장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코치는 어깨 부상을 안고 이번 올림픽에서 맹활약한 제자가 대견스럽다고 밝혔다. 황 코치는 “2019년 가을부터 김제덕은 어깨 회전근 증후군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로 이겨냈다”며 “재활 치료와 보강 운동으로 많이 좋아졌지만 어깨 통증이 완벽하게 사라진 건 아니다. 어깨 통증을 안고도 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한 제자가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기대주에서 한국 수영의 에이스로 거듭난 황선우도 이번 올림픽에서 탄생한 스타다. 그는 아시아 선수에게 벽처럼 느껴졌던 자유형 100m 결선에 진출하고 연달아 신기록을 작성하며 한국 수영의 미래를 밝혔다.
황선우의 스승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을 것”이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지 스스로 느낀 만큼 다음 대회에서 얼마나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황선우가 3년 뒤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물을 타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황선우가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까지 키운다면 메달을 충분히 딸 수 있다”며 “아직 어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 가까스로 출전했지만 우상혁은 도쿄에서 훨훨 날았다. 그는 결선 무대에서 새로운 한국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4위는 한국의 역대 올림픽 육상 트랙&필드 최고 순위이기도 하다. 우상혁을 발굴해 키운 윤종형 대전 신일여고 육상부 감독은 “육상 선수에게 치명적인 짝발을 극복하고 올림픽 4위를 차지한 우상혁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며 “2년 전 극심한 슬럼프로 운동을 그만둘지 고민하던 제자가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자신감을 찾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우상혁이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반드시 목에 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감독은 “높이뛰기 선수가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나이가 20대 중반부터 후반이다. 3년 뒤 28세가 되는 우상혁이 다시 한 번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올림픽까지 현재 기록을 유지해도 메달권이지만 우상혁은 2m 38까지 넘겠다는 확실한 목표 의식이 있다. 우상혁이 파리올림픽에 인생을 걸겠다고 한 만큼 도쿄에서 못다 이룬 메달 획득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