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옥자’를 둘러싼 논란에 한 영화업계의 반응이다. ‘옥자’가 촉발시킨 스트리밍 영화 논란에 봉준호 감독도 NEW도 극장들도 곤란해졌다. 봉준호 감독은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를 만들어서 NEW는그 영화의 배급을 맡아서 그리고 극장은 그 영화에 반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어서다.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500억 짜리 마케팅에 휘말려, 정작 넷플릭스는 뒷짐진 채 우리끼리 아웅다웅하는 꼴이다”고 씁쓸해했다.
‘옥자’의 극장상영이 불투명해졌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멀티플렉스 3사는 넷플릭스에서 기존의 홀드백 기간을 지키기 않는다면 극장에서 ‘옥자’를 상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1위 멀티플렉스 업체인 CGV는 상영불가 방침을 결정했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극장들의 보이콧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옥자'는 12일 이례적으로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아닌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를 가진다.
넷플릭스가 ‘옥자’에 투자한 목적은 가입자 유치에 있다. 관객들이 신뢰하고 선호하는 영화감독 봉준호 감독을 통해서 국내에서 가입자를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실상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옥자’를 극장상영 하든 하지 않든, 크게 잃을 게 없다.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게 되면 원래의 목적인 가입자 유치를 이끌 수 있고, 극장에서 상영을 한다면 덤으로 극장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칸에서 시작된 논란은 국내로 옮겨붙어 넷플릭스의 인지도를 높였다. OTT 서비스에 대해 몰랐던 사람도 넷플릭스라는 회사를 알게 됐다. 업계에서는 그것만으로도 500억원을 투자한 것 이상의 효과를 본 것으로 여긴다.
중요한 건 ‘옥자’의 사례가 성공적 모델로 평가될 경우에 업계에 일으킬 파장이다. 제2의, 제3의 ‘옥자’들이 만들어지면 국내 영화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스트리밍 업체는 넷플릭스만 있는 게 아니라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아마존도 있다. 아시아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스트리밍 업체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옥자’의 논란이 플랫폼에 맞춰져 있어서 극장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극장뿐 아니라 배급사 투자사 제작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메이저 투자 및 배급사, 제작사는 물론이고 군소 회사까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옥자’처럼 연출 및 편집권에 대한 전권이 다른 감독, 다른 영화에도 지속되리라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도 우려도 나온다.
스크린 독과점, 자사영화 밀어주기 등에 대한 반감으로 극장들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만 ‘옥자’의 성공이 더 큰 독과점을 야기하는 악수를 두는 것일 수 있어 면밀한 검토와 대책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기존의 독과점이 또 다른 형태의 독과점으로 대체되는 상황은 막아야 할 것이다”며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대의 흐름이라면 다양한 배급, 다양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