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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을 타개할 다양한 정책과 지원방안을 제시한 김 전 이사장은 목표를 고정 관객 확보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멀티플렉스부터 작은 극장까지 각기 다른 고유의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올라간 극장 티켓 값을 다시 낮추는 것보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김 전 이사장은 86세 고령에도 영화계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월 영화진흥위원회 한·프랑스 아카데미 고문 자격으로 칸 국제 영화제에도 참석했다. 유수의 해외 영화제 자문과 강연 등 1년 중 상당 기간을 해외 활동에 할애하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이전과 달라진 한국 영화의 위상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작년처럼 경쟁 부문 진출작은 없었지만, 비경쟁 부문에 여러 작품이 초청되는 등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을 직접 체감했다”며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아시아 지역 영화기관의 연대를 결성하는 모임을 주도한 것도 의미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한국 영화의 해외에서의 달라진 위상과 인지도와 달리 국내 상황은 처참한 수준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김 전 이사장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에도 여전히 관객 수가 팬데믹 이전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면서 아직 극장에 풀지 못하고 묶인 대작 영화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신규 영화 제작에 필요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영화 제작자와 감독들이 영화 대신 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시리즈물 제작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전 이사장은 이 같은 상황을 헤쳐나갈 해답을 찾기 위한 혼자 캠코더를 들고 전 세계 극장 관계자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부분 극장들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 중에서도 독립영화관과 같은 소규모 극장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영화계 원로로 불리는 한 사람으로서 가만히 바라만 보기보다는 직접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 3월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올 연말께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일본부터 인도, 말레이시아, 대만, 홍콩 등 각지의 영화학교 학생부터 오랜 경력의 거장들, 소극장의 대표, 젊은 감독들을 한명씩 만나면서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규모가 작은 극장에서 영화가 먼저 상영된 후 규모가 큰 멀티플렉스로 나가는 시스템도 벤치마킹이 필요한 점으로 꼽았다.
그는 “일본에선 팬데믹 이후 관객들과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작은 영화관 살리기 운동’을 진행, 닷새 만에 3억 3000만엔을 모아 존폐 위기에 처한 작은 극장을 살렸다”며 “덕분에 일본 소극장의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 70%가 넘는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라고 소개했다. 작은 극장이 사라지면 영화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감독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라는 게 김 전 이사장의 설명이다.
영화계의 몸통을 차지하는 중저예산 영화를 살릴 지원책 마련도 주문했다. 작은 극장 살리기와 저예산, 독립예술영화 지원책을 병행하기 위해선 영진위 예산을 삭감하기 보다 힘을 더 실어주는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국내 제작 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김 전 이사장은 “프랑스의 경우, 2021년부터 넷플릭스 등 OTT가 자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자국 영화를 위한 지원기금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도가 있다”며 “그런 식으로 OTT와 영화가 상생할 방안들이 지금보다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