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가왕’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사다. 이 노래는 1976년 발표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조용필이 일본에 진출하는 계기도 됐다. 한국 노래방뿐 아니라 일본 가라오케에도 이 노래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일본에서도 여러 번 리메이크됐다. 조용필이 처음 발표했을 때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현재 대중이 알고 있는 것과 달랐다. 1972년 이남이가 통기타 반주를 맡았으며 전형적인 트로트 창법의 노래였다.
대중음악의 변화는 당대 문화의 변화를 의미한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보면서 역사적 사건이 노래를 어떻게 완성시키는지 보여준다. 이전까지는 허용이 안됐던 조총련계 재일교포들의 모국 방문이 허용된 시기다. 일본의 강제병탄으로 일본에서 건너가 살게 된 가족을 애타게 ‘부산항으로 돌아오라’고 부르는 이 노래는 ‘국민가요’가 됐다. 최규성 대중음악 평론가는 “밴드 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1970년대 한국 대중음악은 1975년 대마초 파동으로 무주공산 시대를 맞으면서 장르적으로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른바 ‘록뽕’이 등장했는데 조용필도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그런 추세에 맞춰 리메이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해방 이후 남과 북이 갈리면서 이데올로기의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발표된 ‘가거라 삼팔선’,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를 배경으로 한 ‘굳세어라 금순아’, 피란지에서 맺은 사랑과 이별을 담은 ‘이별의 부산 정거장’ 등.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하는 고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는 전쟁으로 남편과 이별한 여인들의 한의 정서를 담은 가사로 지난 2004년 계간지 시인세계가 시인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좋아하는 노래’ 설문조사에서 1위에 뽑히기도 했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이에 앞선 최백호의 ‘입영전야’와 김민우 ‘입영열차 안에서’가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부르는 이유 역시 공감대다. 분단국가라는 현실로 인해 국방이 의무가 된 남자들에게 입대는 무시할 수 없는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아이유를 발굴한 작사가 겸 프로듀서 최갑원은 “노래하는 가수(또는 작사가)의 이야기를 넘어 노래를 듣는 나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가 되고 느낌을 공유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면 명곡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던 시기에 대중음악에도 변혁의 물결이 몰아쳤다. 이문세가 작곡가 이영훈과 만나면서 1985년 발표한 3집부터 1988년 5집까지 연이어 ‘초대박’을 기록했다. 3집 150만장, 4집 285만장, 5집 258만장의 판매고를 각각 기록했다. 이전까지 한국 대중음악은 팝송의 인기에 밀렸지만 이문세의 히트를 계기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와 맞물려 변진섭과 고 유재하 등이 잇따라 등장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팝송을 위주로 틀어주던 라디오의 프로그램 편성표도 바뀌었다.
1992년 ‘난 알아요’를 앞세운 서태지와아이들의 등장은 또 한번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까지 3인칭이 많았던 노래 가사는 1인칭 ‘나’를 주인공으로 당돌해졌다. 이를 기점으로 대중음악의 주요 소비층으로 X세대로 불린 10대가 떠올랐다. 이후 아이돌 그룹이 대세를 이루며 대중음악은 갈수록 10대들의 취향에 맞춰졌다.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비트 위에 촘촘히 가사가 실리는가 하면 직설적이고 적나라한 표현들이 가사에 등장한다. 10대 사이에서 통용되는, 어른에게는 ‘외계어’같은 단어들이 등장하는 노래도 다수다. 이 같은 대중음악의 변화에 비판의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역시 받아들여야 할 흐름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규성 평론가는 “‘외계어’가 난무하는 음악도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다. 그들이 소통하는 방식으로 인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
☞ [광복 70년]우리 영화 '최초' '최다' 기록은?
☞ [광복 70년 가요 70년]1960년대, 비운의 히트곡 '동백아가씨'
☞ [광복 70년 가요 70년]2010년대, 글로벌시장 평정한 K-POP
☞ [광복 70년 가요 70년]1970년대, '해뜰날' 찾아온 우리 가요
☞ [광복 70년 가요 70년]1990년대, X세대의 시대… 그리고 IM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