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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요한이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 아웃’(이하 ‘백설공주’)에 출연한 이유와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처음엔 출연을 망설였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변요한은 “제가 다큐멘터리를 많이 접하는데 어느날 어떤 작품을 보게 됐다. (그 다큐멘터리 속) 인물의 마음을 충분히 느낀 상태에서 이 대본을 봤을 때 처음엔 할 수 있을까라는 노파심도 들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근데 내가 이 일을 왜 하지?’라는 생각을 했을 때, 제가 100% 다 표현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분들이 겪었던 트라우마, 상처들을 연기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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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은 “유럽식으로 표현된 원작 주인공 토비아스와 한국의 정서를 담은 고정우는 확연히 다르다. 대본을 봤을 때도 아무 장치가 없었고 어디에도 기댈 데가 없었다”며 “(고정우라는 인물이) 약자라는 표현이 조심스럽지만 사회적으로 약자가 돼버렸지 않나. 그들의 말은 누구도 듣지 않고 그들의 말은 힘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편에 서서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전했다.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이라고 전한 바 있는 변요한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을 고르던 변요한은 “저는 어릴 때부터 약자의 편에 서는 DNA가 있는 것 같다. 그런 환경에서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며 “이 작품을 하면서도 최대한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작품을 할 때는 캐릭터에 지지 않으려고 한다. 캐릭터와 변요한이 잘 수평선을 이뤄서 어느날은 변요한이 이기는 날도 있고 뚫고 나오는 날도 있고, 캐릭터가 놀 수 있게 분석을 잘해갔었다. 근데 이번 작품은 솔직히 제가 놀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면서 “그냥 고정우를 향해서, 고정우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변요한은 “변요한이었다면 ‘감독님 제가 너무 안 나오지 않아요?’ 이렇게 욕심을 낼 수 있지 않나. 근데 그냥 ‘말하고 싶지 않구나. 좀 가만히 있게 하자’ 하는 순간들이 존재했다. 감독님과 조율하면서도 전체적인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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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은 “첫 신부터 마지막 신까지 딜레마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사가 ‘감사합니다’ 밖에 없다. 안타고니스트들이 적대자들이 셀수록, 그들의 사연도 많고. 프로타고니스트 주인공이 끌어가야 할 임무가 있지만 다른 장르와는 달랐다. 힘이 없는 주인공이었다”며 “‘감사합니다’ 말고 대사가 없는데 그 말이 얼마나 쓸쓸하고 힘든지, 습관화가 돼버린 그 모습이 연기하면서도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다른 배우분들이 워낙 훌륭하게 멋지게 적대자에 서 있으면서도 고정우를 지켜준다는 느낌을 받아서 감사하게 촬영을 끝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다른 애정도 전했다. 변요한은 “제가 좀 느리다. 1년, 2년, 3년, 10년이 지나고 볼 때마다 매번 다른 것 같은데 확실한 건 고정우 그리고 엄마 아빠, 수오(이가섭 분), 노상철(고준 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었다. 아주 깊은 여운 속에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