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이 사랑한 윔블던…런던 경제에 2억 파운드 ‘활력’

주미희 기자I 2023.07.18 06:10:00

7월 3일부터 2주간 영국 런던에서 펼쳐져
윔블던 경제 효과 3314억원…영국 전체는 5317억원
런던 인근 머튼·원즈워스 구까지 1233억원 유입
2030년 경기장 추가 설치해 4465억원 ↑ 기대
미들턴 왕세손비의 각별한 테니스 사랑
샬럿 공주의 ‘로열 박스’ 데뷔도 화제

왼쪽부터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비, 샬럿 왕손녀, 조지 왕세손, 윌리엄 왕세자가 17일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로열 박스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윔블던 효과.’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테니스 대회 윔블던에서 유래한 경제 용어다. 이유는 이렇다. 이 대회 우승자 중 영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았던 것에 빗댄 표현이다. 실제로 2013년과 2016년 영국인 앤디 머리가 남자 단식 챔피언에 오르기 전까지 영국 선수 우승은 1936년 프레드 페리가 마지막일 정도였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외국기업보다 자국기업의 활동이 부진한 현상을 뜻하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되면서 ‘윔블던 효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비록 경기 결과는 대부분 외국인 선수의 몫이었지만 영국은 실속을 챙겼다. 영국이 윔블던 개최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매년 7월 첫째 주부터 2주간 윔블던을 방문한 수많은 관중과 선수, 그리고 관계자, 대회 스태프 및 미디어담당자들은 숙박, 음식 및 음료, 교통 및 상품 구입 등에 하루 수백만 파운드를 지출한다.

통계를 보면 고스란히 그 효과가 드러난다. 윔블던 대회는 런던에 약 2억 파운드가량 경제적 효과를 제공하며 영국 최대 스포츠 수입원이 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셰필드 홀람 대학의 스포츠 산업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윔블던의 경제적 효과는 1억9890만 파운드(약 3314억원)였고, 대회 개최지인 런던 전역에서 2억2240만 파운드(3705억원) 상당의 경제 활동이 발생했다. 영국 전체의 가치로 따지면 3억1910만 파운드(5317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윔블던에 방문한 관중은 약 51만 5164명에 달했다. 이들은 티켓, 숙박비 등을 제외하고 한 명당 하루 평균 79파운드(약 13만원)를 지출했다. 이외에도 2155명의 선수 지원 팀(하루 평균 지출 224.65파운드, 37만원), 385명의 심판(91.21파운드, 15만원), 미디어 직원 2900명(205.83파운드, 34만원), 대회 직원 8200명 등이 2주 동안 대회장에 머물렀다. 이들이 쓴 금액과 대회를 주관하는 올잉글랜드클럽이 지출한 7830만 파운드(약 1305억원)가 윔블던으로 발생한 경제적 가치에 포함됐다.

또 런던 자치구인 머튼, 원즈워스에도 7400만 파운드(약 1233억원)의 새로운 자금이 유입됐다. 윔블던 개최지 인근까지 경제 효과가 확대된 것이다. 일주일 동안의 매출과 비교했을 때 지역 식당, 카페 및 상점에서 머튼 지역은 최대 200%, 원즈워스 지역은 100%까지 매출이 증가했다. 머튼 지역의 한 식당 주인은 “윔블던은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한 해의 하이라이트”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어 기대된다”며 기뻐했다.

윔블던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더욱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윔블던을 개최하는 올잉글랜드클럽은 2030년까지 쇼 코트와 38개의 잔디 코트를 추가해 256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3832만 파운드(약 639억원)의 경제 효과를 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3만5000명인 경기장 수용 인원은 최대 65만 명까지 늘릴 예정이고, 이를 통한 경제 효과 역시 2억6800만 파운드(약 4465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7일(한국시간) 끝난 윔블던의 피날레 남자 단식 결승은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노바크 조코비치의 ‘세기의 대결’ 외에 ‘로열패밀리’의 관람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윌리엄 영국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 첫째 아들 조지 왕세손와 딸 샬럿 왕세손녀가 로열박스에서 알카라스와 조코비치의 접전을 지켜봤다. 특히 외신들은 ‘샬럿 왕세손녀의 윔블던 로열박스 데뷔’라는 제목의 기사를 대거 게재하며 이들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등 일거수일투족을 전했다.

1922년 만들어진 윔블던 로열박스는 74개 좌석으로 운영되며 영국이나 외국 왕실 관계자, 외국 정부 대표, 테니스 관련 인물, 상업적 파트너 등만 앉을 수 있다. 올잉글랜드클럽 의장의 초대를 받아야만 입장 가능하다.

특히 미들턴 왕세자비는 윔블던의 든든한 후원자다. 그는 윔블던 대회가 열릴 때마다 대회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올해는 대회를 앞두고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와 함께 홍보 영상을 찍기도 했다. 미들턴 왕세자비는 1회전부터 경기장을 찾아 윔블던의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데 한몫했고, 남자 단식 결승전에는 막내아들인 루이 왕세손을 제외한 온 가족을 데리고 등장해 각별한 윔블던 사랑을 증명했다. 미들턴 왕세자비가 2017년 영국 테니스 협회의 공식 후원자로 선정됐을 때 일각에서는 테니스에 큰 흥미가 없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더 적격이라고 호평을 보냈다. 윔블던이 테니스 4대 그랜드슬램 중 전통과 품격이 가장 빛난다는 평가를 받는 데는 1200년 넘는 전통을 지닌 영국 ‘로열패밀리’와 시너지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윔블던 경기 전경(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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