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기다린 서어진 “좌절 맛봤지만…대기만성으로 꽃 피울래요”[주목 이선수]

주미희 기자I 2022.04.05 00:10:00

한국여자골프 산실 국가대표 주장 출신
부진 겹쳐 KLPGA 투어 데뷔 1년 늦었지만
"나는 대기만성형…신인상 받고 싶어요"

서어진(사진=갤럭시아SM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잘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보니 오히려 부진으로 이어졌어요. 하지만 저는 ‘대기만성형’이라고 생각해요. 힘들게 정규투어에 올라온 만큼 앞으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2014년, 2019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역대급 신인상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국가대표 출신 5인방이 대거 합류해 KLPGA 투어에 다시 한 번 활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그중 국가대표 주장 출신으로 올해 KLPGA 투어 루키로 데뷔하는 서어진(21)을 만났다.

서어진은 2018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2019년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유망주로 손꼽혔다. 2018년 매경·솔라고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와 호심배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9년에는 퀸시리키트컵 아시아·태평양 여자 아마추어 골프팀 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을 휩쓸었다.

한국 여자 골프의 산실인 국가대표팀 주장을 지낸 서어진은 김효주(27), 고진영(27), 이정은(26), 최혜진(23) 등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 받았다. 국가대표에서 탄탄대로를 달린 선수들은 정규투어 입성도 한달음인데, 서어진은 의외로 고전을 겪었다.

2017년 KLPGA 회장배 여자아마골프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기록해 2020년 3월 KLPGA 준회원으로 입회한 그는 점프투어(3부) 4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해 정회원으로 승격되어 드림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그러나 드림투어(2부) 상금 순위 20위 이내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정규투어 직행 티켓을 획득하지 못하고 상금 순위 3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드림투어에서 다시 활동한 서어진은 상금 순위 27위를 기록하며 상금 순위로는 정규투어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그해 겨울 ‘지옥의 시드전’으로 향했고 15위를 기록해 2022시즌 대부분의 정규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서어진은 오는 7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개막하는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에서 KLPGA 투어 공식 데뷔전을 치른다.

서어진(사진=갤럭시아SM 제공)
◇ 주변의 큰 기대…부담감이 부진으로

국가대표에서 함께 활동하던 또래 김재희(21), 홍정민(20) 등에 비해 정규투어 데뷔가 예상보다 1년 늦어졌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점프투어가 2개월 미뤄진 6월에 개막했고, 점프투어 4개 대회에 참가한 서어진은 7월 드림투어 9차전부터 2부 투어에 합류했다. 21개 대회 중 12개 대회 밖에 참가를 못하는 상황에서 정규투어 시드를 따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서어진은 “주변의 기대가 크다 보니 스스로 부담감을 느꼈고 부진으로 이어졌다. 아마추어 때 잘한 만큼 프로에 와서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고 털어놨다. 심리적인 부담감이 기술 문제로 이어지면서 강점이었던 퍼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해는 신인 때만 받을 수 있는 신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정규투어에서 풀 시즌을 뛰는 것이 처음인 만큼 비시즌 동안 체력 훈련에 집중했고 쇼트게임을 가장 많이 보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에서 진행한 동계 훈련에서는 오전 5시 50분에 기상해 몸을 푼 뒤 오전 7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8시부터 낮 12시까지 자율 연습을 했다. 이후 점심을 먹고 오후 1시부터 매일 18홀 라운드를 나갔다. 한 달 동안 약 12시간을 골프에만 매달렸다.

이번 동계 훈련에서는 지난해 KLPGA 투어에서 6승을 휩쓴 박민지(24)와 함께 했다. 서어진은 “민지 언니와 라운드를 자주 하면서 많이 배웠다”며 “선택과 집중을 잘하고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정확히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평균 235~240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치는 서어진의 장점은 정확한 아이언 샷과 쇼트게임이다. 특히 정규투어는 그린이 딱딱하고 빨라 그린 주변에서 띄워 치는 샷과, 러프에서 긴 풀에 박혀 있는 공을 빼내는 샷, 스핀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샷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2020년 전지훈련을 함께한 고진영(왼쪽), 박현경(가운데), 서어진(오른쪽)(사진=서어진 인스타그램)
◇ 승리욕 강한 국가대표 주장 출신

서어진은 올해 신인상 경쟁을 펼칠 윤이나(19), 이예원(19), 손예빈(20)에 지난해 루키로 활동한 김재희, 홍정민 등의 쟁쟁한 동기들을 이끈 국가대표 주장으로 활동했다.

국가대표 합숙 첫날 김주연 코치가 “주장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봐”라고 하자, 서어진은 낯을 가리는 성격과는 달리 윤이나와 함께 번쩍 손을 들었다. 김주연 코치는 2, 3일 합숙 생활을 지켜본 뒤 서어진을 주장으로 택했다.

서어진은 “내가 코치님의 ‘간택’을 받았다”고 웃으며 말한 뒤 “후에 코치님이 ‘아이들과 잘 어울렸고 리더십 있고 책임감 있어 보였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당시 주장으로 뽑힌 이유를 설명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서어진은 그해 겨울 아카데미 팀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골프 선수를 꿈꿨다. 당시 다양한 예체능을 접했지만 “골프만큼은 잘 맞았을 때 손맛이 좋아 재미를 크게 느꼈다”고 한다.

서어진은 처음에는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금세 활발해지고 또한 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면서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나간 초등연맹 회장배 대회에서 서어진은 135타를 치고 동반 라운드를 한 친구들은 70대를 기록하자, 그 중 한 명이 “너는 공을 그거밖에 못 치니?”라며 서어진을 무시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서어진은 울면서 ‘내년에는 꼭 저 친구를 이기리라’ 다짐했다고 한다. 그리고 1년 뒤 자신을 무시했던 친구보다 더 낮은 타수를 기록했다.

그는 “승리욕은 있지만, 올해 정규투어에서는 국가대표를 같이 했던 언니, 동생들과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목표는 최대한 많이 컷 통과를 하는 것, 두 번째 목표는 우승”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어진은 흔들리지 않고 탄탄한, 기복 없는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했다. 먼 훗날에는 세계 랭킹 1위도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한다. 서어진은 “(고)진영 언니와 전지훈련에서 한 달 반 동안 생활을 같이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세계 랭킹 1위였는데 자기 관리부터 연습, 생활하는 것 하나하나를 보고 많이 배웠다. 진영 언니를 보며 나도 세계 랭킹 1위에는 꼭 한번 오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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