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활`에서 그가 맡은 청나라 장군 쥬신타는 조카인 왕자와 부하들을 아끼는 충직한 인물이다. 김한민 감독과 류승룡은 쥬신타를 남이(박해일 분)에 대립하는 단순한 악인으로만 묘사하지 않았다. 류승룡은 "덕분에 관객의 몰입도가 커졌고 이야기도 더욱 설득력이 있어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남자는 각자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서로에게 활을 겨누고, 여기서 폭발하는 긴장감이 영화의 동력이 되어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달려가다 영화가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절벽신에서 남이는 쥬신타를 죽일 기회를 얻지만 찰나의 순간 동안 망설인다. 쥬신타가 절벽에 가까스로 매달려 있으면서도 죽은 부하의 손을 놓지 않기 때문.
"그 장면은 캐릭터를 풍성하게 하는 데 둘 다에게 도움이 되는 장면이다. 어느 한 쪽에게 기울지 않기 때문이다. 공감은 안 된다.(웃음)"
그럼에도 류승룡은 변발을 하고 만주어 대사를 외우고 활쏘기와 말타기까지 배워야 했던 `활`을 선택했다. "쥬신타 역에 류승룡 이외의 어떤 배우도 떠오르지 않았다"는 김한민 감독의 절대적 신뢰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사실 여러 번 고사했다. (웃음) 사극(`평양성`)을 하고 있는데 또 사극인데다, 북쪽인데 또 오랑캐야, 대본 보니까 많이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더라. 전무후무한 캐릭터라 생각했고 의리 있고 멋있었다. 시나리오도 기존 사극 패턴과 다른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렇게 선택한 `활`에서 류승룡은 산속에서 무거운 갑옷을 입고 심장이 터지도록 뛰었다. 컷 소리가 나기 무섭게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고지전` 때는 특수분장하느라 고생스럽긴 했어도 한 번도 뛴 적은 없었다. `활`에선 배우가 뛰면 촬영감독도 뛰고 스태프도 뛰고 다 같이 뛰었다. 게다가 사고와 부상의 위험이 상존했고, 절벽 신 촬영에선 낙석 때문에 아찔했던 순간도 여러 차례 겪었다. 산속이다 보니 밥차가 못 올라와서 밥을 못 먹고 촬영한 날도 많다. 거의 찬 도시락으로 때워야 했고, 그때 빠진 6kg이 아직 회복이 안 됐다.
하지만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가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자, 이런 고생도 한순간에 잊어버렸다. 이제 류승룡은 당분간 강한 캐릭터는 사절이란다. "아무리 좋아도 지금으로선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직장인 같은 소시민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직접 만난 류승룡은 영화 속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밝고 긍정적인 성격에 농담도 잘했다. 코미디, 멜로, 드라마도 능히 해낼 것 같은 다양한 매력이 읽혔달까.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저 사람은 배우가 천직이구나` 소리 듣고 싶다. 항상 기대를 하게 하고 만족감을 주고 그래서 신뢰를 얻는, 배우다운 배우."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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