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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열풍으로 국내 드라마 수준이 한층 더 성장했다. 드라마의 질적 성장뿐 아니라 제작비의 투자 규모도 마찬가지다. 5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하는 드라마들이 다수 탄생하고 있을 정도. 이 가운데 단막극이 아스팔트에 핀 민들레처럼 꿋꿋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제작사들은 당장의 수익 창출보다 미래에 대한 투자, 콘텐츠 다양성 확보에 뜻을 두고 단막극을 제작하며 드라마 업계의 질 높은 성장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KBS·tvN, 단막극 쌍두마차
단막극은 정극보다 적은 제작비로 제작할 수 있어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신인 작가와 PD에게 입봉 기회를 주며 창작자 등용문 역할을 한다.
지상파 중 단막극 편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한국방송(KBS)이 유일하다. 1984년부터 단막극을 제작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한국 드라마의 창의성과 다양성 강화에 힘을 써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 누적 콘텐츠 지식재산권(IP)만 240편, 배출한 배우만 1200명, 작가와 감독만 300명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도 휴먼 드라마, 로맨스, 로드무비, 사극, 시대극 등 다양한 장르의 단막극을 선보인다.
제작사로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최대 콘텐츠 제작사로, 모회사 CJ ENM과 손잡고 콘텐츠 업계의 성장을 위해 단막극 제작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시작은 ‘드라마 스테이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드라마 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 여러 편의 단막극을 선보였다. 이후에는 ‘오펜’(O’PEN) 공모전 당선작으로 구성한 ‘오프닝’(O’PENing)이라는 이름으로 단막극을 선보이고 있다.
단막극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작가들도 쟁쟁하다. ‘갯마을 차차차’의 신하은을 비롯해 ‘슈룹’의 박바라, ‘대행사’의 송수한, ‘졸업’의 박경화가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오프닝’을 통해선 다양한 콘텐츠의 단막극을 발굴해 해외 영화제에서 성과를 냈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선 김민경 작가의 ‘파고’가, 휴스턴 국제영화제에는 이아연 작가의 ‘물비늘’과 황설헌 작가의 ‘저승라이더’, 유수미 작가의 ‘첫눈길’ 등이, 아시아 태평양 스타 어워즈에선 김해녹 작가의 ‘덕구 이즈 백’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드라마 산업의 근간을 다지는 측면에서 역량 있는 작가를 양성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오펜 사업을 시작했다”며 “수익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작가를 무수히 배출했고, 스튜디오드래곤 프로듀서들과 함께 참신한 도전을 해볼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라고 단막극 제작을 계속하는 이유를 전했다.
◇“오직 다양성·인재 양성 위해”
방송사와 콘텐츠 제작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단막극 제작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업계의 저변 확대와 다양성 확보, 인재 양성을 위해 단막극 제작을 하고 있다. 특히 단막극은 제작비가 낮고 한 회에 그쳐 리스크가 적은 만큼 신인 PD나 작가들의 여러 도전과 실험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단막극으로 당장의 수익을 내기 어렵다. 연속성이 없는 한 편의 드라마라는 한계에 부딪혀 광고 유치는 물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입점은 어렵다. 여기에 증명되지 않은 신인 작가의 데뷔전이기 때문에 투자를 구하기도, 스타를 캐스팅하기도 쉽지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단막극은 수익을 내기 어렵고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할 이유가 없다”며 “이를 통해 발굴되는 인력, 작가·PD·연기자가 향후 업계를 이끌어나가는 자양분이 될 수 있기에 투자 차원에서 필요하다. 드라마 업계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일”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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