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올림픽 개회식의 선수단 입장 행진은 성화대 점화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10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개막식의 주요 이벤트다.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은 졸지에 북한 선수단이 됐다. 프랑스 센강 일원에서 열린 대회 개회식에서 우리 선수단이 유람선을 타고 입장하자,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을 북한으로 호명했기 때문이다. 불어(Republique populaire democratique de coree)와 영어(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모두 마찬가지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대한체육회가 즉시 항의의 뜻을 표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유감의 뜻을 밝혔다. 바흐 위원장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 발생했으며 정중하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후 IOC가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 성명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IOC는 이 문제가 ‘인적 오류’로 확인됐다고 적었다. 국가명을 쓰는 직원의 개인 잘못으로 치부하는 듯한 뉘앙스다. 국제 행사에서 국가명을 잘못 쓴 것은 엄청난 결례이며 우리의 국격을 무시하는 행위와 같은데 너무 단순한 사고로 처리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체육회 및 정부 관계부처는 IOC 산하 방송기관인 OBS의 책임이라는 통보만 받았을 뿐, OBS가 어떤 이유로 사고를 일으켰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답답함을 남겼다. ‘사과만 받으면 그만’이 아니라, 오류 원인과 재발을 방지하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올림픽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2012 런던 대회 여자 축구 경기에서 주최 측은 북한 선수단이 소개되는 동안 대형 화면에 인공기가 아닌 태극기를 게재했다. 북한 선수, 관계자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경기를 거부하자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까지 나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개회식에선 중국 국기의 큰 별 주변에 있는 작은 별들이 올바른 각도로 배치되지 않았고, 2020 도쿄 대회 개회식에선 대만 명칭 오류 파문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각국의 정부가 나서 IOC 및 올림픽 조직위에 재발 방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번엔 IOC는 사과했지만 파리올림픽 조직위는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한체육회 및 정부 부처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