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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폭탄’ 디오픈, 우승 상금 38억원 반도 못 받는다?

주미희 기자I 2023.07.21 00:10:00

영국 소득세율에 따라 최대 60% 세금으로 떼여
2013년 디오픈 우승한 미컬슨도 상금 60%가 세금
골프 대회 열리는 지역에 따라 세금도 천차만별
호주에서 우승한 LIV 골퍼 구치도 47.5% 세금

20일 개막한 메이저 대회 디오픈 챔피언십 1번홀에서 티오프한 루이 우스트히즌(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세금 폭탄.’

20일(한국시간) 영국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에서 막을 올린 2023시즌 남자 골프 마지막 메이저 대회 디오픈 챔피언십의 총상금은 1650만 달러(약 211억원), 우승 상금은 300만 달러(약 38억원)로 책정됐다. 총상금, 우승 상금 모두 디오픈 사상 가장 많은 금액이다. 그러나 우승자가 받는 실제 상금은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세법 때문이다.

영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국가 중 하나다. 많은 선수가 ‘조세 회피처’인 모나코, 바하마로 이주하는 이유다. 혹은 메이저 대회가 아닌 일반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기도 한다. 상금에 대한 막대한 세금 뿐 아니라 대회 우승으로 얻게 되는 보너스까지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지난 16일 끝난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에 출전한 리키 파울러(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공동 42위를 기록한 파울러는 상금으로 3만6255 달러(약 4500만원)를 벌었다. 그가 용품 후원사인 푸마에서 연간 50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1만3700 달러를 받는 꼴이 된다. 두 번의 연습 라운드와 대회 4라운드와 상금 등으로 파울러가 일주일에 번 돈은 11만8455 달러(약 1억5000만원). 그중 30%인 3만6000 달러(약 4500만원)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대회 상금뿐 아니라 용품 계약 등에 대한 금액 일부까지도 고스란히 세금으로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영국 땅에서 경기했다는 이유에서다.

디오픈도 마찬가지다. 우승 상금 300만 달러에 관한 기본 소득세 20%는 즉시 공제된다. 여기에 수입이 15만 파운드를 초과하면 최대 45%의 세금을 내야 하는 잉글랜드의 소득세율, 영국에 머문 기간 등에 따라 우승자가 실제 손에 넣는 금액은 우승 상금의 40%, 약 120만 달러(약 15억원)에 불과하다.

실제로 2013년 스코틀랜드 오픈과 디오픈에서 연달아 정상에 오른 필 미컬슨(미국)은 2주간 상금 25억원을 벌었지만 60% 이상을 스코틀랜드 세금으로 냈다. 미국에 돌아와서는 자가고용세 등 추가 세금 납부로 인해 미컬슨의 실수령액은 상금의 38.9%인 9억4000만원에 그쳤다.

올해 세금 폭탄을 맞고 한탄한 골프 선수는 또 있다. 지난 4월 호주에서 열린 리브(LIV) 골프 리그 4차 대회에서 우승한 테일러 구치(미국)가 주인공이다. 구치는 당시 개인전 우승 상금으로 400만 달러(약 50억6000만원)를 벌었지만 호주 세법상 세금을 47.5% 내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 받은 상금은 210만 달러(약 26억6000만원)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역시 미국의 50개 주에 따라 다른 소득세로 인해 실수령액과 차이가 크다. 지난 2월 소니 오픈에서 우승한 김시우(28)도 우승 상금 142만 달러(약 19억원)를 받았지만 하와이주에서는 2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11%의 높은 주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세법 때문에 15만6000 달러(약 2억원)를 세금으로 냈다. 캘리포니아주는 1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미국에서 가장 높은 13.3%의 세금을 부과하고, 반대로 플로리다, 텍사스, 네바다주는 소득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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