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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가 신간 ‘오랜 시간 멋진 유행가 365’를 펴낸 소회를 이 같이 밝혔다. 30년 넘게 음악과 관련해 글과 말로 활동을 하고 있는 임 평론가는 365곡으로 해방 이후 대한민국 유행가의 역사를 정리해 책에 담았다. 현인, 이미자, 나훈아, 조용필, 신중현,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방탄소년단(BTS) 노래까지. 연도순으로 정리한 365곡과 해당 곡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대중음악사의 흐름과 당시의 시대상이 머리속에 좌르르 펼쳐진다.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임 평론가는 “책을 낸 뒤 가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름 공정하게 곡을 선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이어 “애초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원했던 반응이 전폭적 동의나 엄청난 감동이 아닌 ‘끄덕끄덕’이었다”며 “‘아, 그랬지’ 하며 책장을 넘기길 바랐는데 그런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 흡족스럽다”고 말했다.
임 평론가는 MBC가 창사 60주년 기념 라디오 특별기획으로 지난해 1년 내내 MBC 표준FM을 통해 방송한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 진행을 맡게 되면서 이번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처음부터 책 쓰기를 염두에 두고 방송 원고와 책 원고 작업을 병행했다”며 “60세를 넘긴 지금 시점에 이제껏 즐긴 노래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덧붙여 “아마 혼자서 시작했다면 완성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겨준 방송사 측에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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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특징이자 핵심은 시대성이다. 임 평론가는 ‘시대를 노래하다’라는 프로그램의 주제에 맞춰 많은 사람에게 회자된 노래이자 시대적 의미를 가진 노래를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365곡을 선정했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 파동이 있었던 1970년대 산유국에 대한 염원을 대변한 곡이었던 정난이의 ‘제7광구’, 1980년대 민주화 투쟁과 함께했던 들국화의 ‘행진’, 1988년 국회청문회를 지켜본 대중의 실망감을 대변하며 인기를 얻은 이남이의 ‘울고 싶어라’ 같은 곡들이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유행가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를 어루만지며 그림을 그려야 할 세상의 중심 세대인 3040세대가 예전 노래들을 훑어보며 과거의 시대상을 이해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예술성이 아닌 시대성을 지표로 삼은 덕에 대중음악사 주요곡 명단에 빠지곤 했던 노래들까지 책으로 소개할 수 있었다. 임 평론가는 조애희의 ‘내 이름은 소녀’, 서영춘의 ‘시골영감 기차놀이’, 전석환의 ‘정든 그 노래’, 이박사의 ‘몽키매직’ 등을 대표 예시로 꼽으면서 “다소 비예술적이더라도 민중과 함께한 노래들을 빠트리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휘성의 ‘안 되나요’, 빅뱅의 ‘거짓말’ 등 MBC가 방송불가 판정을 내린 가수들의 곡의 경우 방송으로는 소개할 수 없었지만, 골든 레퍼토리를 정리할 때 빠져서는 안 될 곡이기에 책에는 수록했다”는 에피소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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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에 임 평론가는 “현 시점에서 평론가는 연구자이자 예술과 산업의 독려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는 견해를 밝히면서 앞으로도 그간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음악의 매력과 멋을 알리는 일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엔 가요뿐 아니라 팝, 클래식, 민요 등 모든 장르의 곡을 통틀어 정리한 월드뮤직 책을 펴내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세 단어가 ‘발버둥’, ‘몸부림’, 그리고 ‘안간힘’이에요.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 세 단어를 캐치프레이즈 삼아 대중음악을 소개하는 일을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