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앞둔 영화 출연진의 예능 출연도 프로모션 과정에서 자주 관찰되는 방식이다. 작품 홍보를 위해 택하는 프로그램들은 그 동안 주로 각 방송사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MBC ‘나 혼자 산다’, JTBC ‘아는 형님’,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 등 토크와 관찰, 미션을 결합한 인기 예능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이 같은 공식을 깨고 이색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연예인의 출연 자체가 희소한 주말 교양 프로그램, 가수들이 무대에 서는 음악 프로그램에 영화의 주연배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홍보가 절실한 극장가와 새로움에 목 마른 방송사가 신선한 풍경을 낳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도굴’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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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정상을 기록 중인 11월 첫 상업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은 배우들의 활발한 예능 출연 등 적극적인 홍보 전략 덕을 톡톡히 봤다. 특히 라디오, 토크쇼 등 정형화된 방송 출연의 틀을 깬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다. ‘도굴’의 주연 배우 이제훈은 2030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SBS 유튜브 웹예능 ‘문명특급’에 단독 출연해 TV에서 볼 수 없던 과감하고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지난 8일에는 이제훈과 함께 ‘도굴’의 주연 3인방인 조우진, 임원희가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에 출연해 영화 홍보와 함께 직접 문화재를 감별해보고 자신의 애장품도 직접 가져와 감정을 의뢰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품명품’에 영화배우들이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훈이 보물을 찾는 도굴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시놉시스에 착안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자 김민선(30)씨는 “주말 아침 TV를 켜는데 ‘진품명품’에 이제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작품을 감별하는 장면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영화의 취지와 어울리는 것 같고 홍보를 위해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택한다는 시도도 신선해서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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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F등급(여성이 연출, 각본, 주연에 참여한 영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 이하 삼토반)은 가수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음악토크쇼를 홍보 창구로 선택했다. 영화의 주역인 고아성, 이솜, 박혜수는 개봉 전인 지난달 16일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다. 배우들의 동반 출연도 이례적인 데다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박혜수가 SBS ‘K팝스타4’ 이후 6년 만에 무대에 오르고, 당시 심사위원이던 유희열과 재회하는 모습은 당시 ‘스케치북’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배우들 각자 애창곡을 꺼내놓으며 가창력을 뽐내고 서로를 응원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시청자들의 호감을 불러일으켰고, 세 배우가 무대를 함께 장식한 ‘김현철-왜 그래’ 커버 영상은 2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250만 뷰를 넘어서며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실제로 해당 유튜브 영상에는 “90년대가 배경인 영화의 분위기와 선곡한 노래의 분위기가 맞닿아 매우 잘 어울렸다”, “배우들이 서로 합을 맞춰 노래를 부르는 케미와 서로를 아끼는 모습들에 호감이 생겨 영화를 더욱 보고 싶어졌다”, “영상에 중독 돼 영화까지 정주행하고 왔다” 등 댓글과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침체기를 겪는데 무대인사 등 오프라인 행사가 막힌 상황까지 되다보니 배우들이 전보다 더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느껴 홍보 아이디어 개진과 방송 출연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다”며 “유아인, 강동원, 황정민, 신민아 등 예능에서 쉽게 만날 수 없던 톱배우까지 다양한 예능 출연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는데 어떤 면에선 무대인사보다 파급효과가 크다. 코로나19가 끝나도 효과적인 작품 홍보를 위한 다양한 방송 출연, 이색 홍보 시도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