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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이전에도 가상의 세계관은 있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이 그것이다. 이들 영화는 잘 구축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캐릭터와 스토리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며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대중이 인지를 못했을 뿐 세계관은 프랜차이즈 영화의 성공에 중요한 키였다. 그런 세계관이 대중적 용어가 된 건 마블의 역할이 컸다. 마블은 만화 원작 팬들이나 이해할 법한 세계관을 영화라는 대중적 매체를 통해서 친숙하게 만들었다. 마블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의 세계관을 보여주지 않았다. 스토리를 이어가며 세계관을 변형시켜갔다. 대중이 그 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세계관에 주목하게 됐다.
MCU는 2008년 ‘아이언맨’에서 출발했다. ‘아이언맨’이 시작할 때만 해도 단순 프랜차이즈 영화로 여겨졌다. 그러나 MCU는 지난 10년간 두 차례의 전환점을 지나면서 지구와 우주를 넘나드는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마블의 세계관은 세 단계(phase)로 나뉜다. 페이즈1은 지구를 주 무대로 어벤저스의 결성을 그린다. 2008년 ‘아이언맨’부터 2012년 ‘어벤져스’까지 여기에 해당한다. 아이언맨과 블랙위도우·헐크·토르와 호크아이·캡틴아메리카 등 히어로가 등장하고, 이들이 결성한 어벤저스가 외계 생명체의 첫 침공(뉴욕 침공 사건)에 맞서는 내용을 담았다. MCU 초창기 마블의 성적표는 ‘아이언맨’ 외에는 저조했다. 국내의 경우 ‘인크레더블 헐크’는 99만명, ‘퍼스트 어벤져’는 51만명에 그쳤다. MCU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고 세계관에 대한 인식도 얕았던 때였다. 마블은 포기하지 않고 세계관을 구축해나갔다.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각 영화(솔로무비)에 공통된 인물과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며 연관성을 부여했다. 그 결과물이 각 히어로들을 하나의 세계관에 집결시킨 ‘어벤져스’다. ‘어벤져스’로 인해서 비로소 MCU가 완성될 수 있었다.
마블의 세계관은 페이즈2로 접어들어 확장한다. 뉴욕 침공 사건 이후의 이야기로 스타로드·가모라·드랙스·로켓·스칼렛위치·퀵실버·비전·앤트맨이 소개되고 히어로의 무대가 우주로 뻗는다. 페이즈2에서 우주 최강의 빌런 타노스와 인피니티 스톤이 언급된다. 단단히 구축된 세계관 안에서 기존의 캐릭터는 팬덤을 넓혀가고, 새로운 캐릭터는 반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새 캐릭터와 새로운 무대로 서사는 방대해지고 자연스럽게 세계관도 확장했다. 마블영화가 본격적으로 흥행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시기다. 페이즈2는 2013년 ‘아이언맨3’부터 2015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거쳐 ‘앤트맨’까지다. 국내에서 ‘앤트맨’은 첫 등장에도 284만 관객을 모았고,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마블 사상 첫 천만영화에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