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대전]②네이버·카카오, CJ 아성에 도전장

김윤지 기자I 2018.12.24 06:00:30

네이버·카카오 웹툰 10년 넘게 연재
다양한 콘텐츠 언제든지 활용 가능
자사 운영 포털·메신저와도 연동
脫TV 시대, 신성장 동력으로 '찜'

내년 1월 첫 방송하는 케이블채널 tvN 새 수목 미니시리즈 ‘진심이 닿다’는 카카오M 자회사 메가몬스터가 제작한다. 남자 주인공인 이동욱은 카카오M 산하 ‘킹콩 by 스타쉽’ 소속이다. (사진=메가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쌉니다 천리마마트’, ‘타인은 지옥이다’, ’내일’, ‘여신강림’. 인기 웹툰 명단이다. 동시에 최근 네이버웹툰 자회사인 스튜디오N이 발표한 드라마 라인업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콘텐츠 제작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양 측은 각각 콘텐츠 제작사를 설립, 영상화 라인업을 발표했다. 인력도 빠르게 재분배되고 있다. CJ ENM 출신의 활약이 눈길을 끈다. 권미경 전 CJ E&M(현 CJ ENM) 영화사업부문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은 대표로 스튜디오N을 이끌고, 김성수 전 CJ E&M(현 CJ ENM) 대표는 내년 1월 카카오M으로 거취를 옮긴다. 스튜디오N이 영상 콘텐츠의 마케팅 전문가 위주로 초기 인력 세팅을 했다면, 카카오M은 카카오가 투자한 왓챠플레이 등 영상 콘텐츠 제작사의 통합적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시너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019년 스튜디오N 제작 예능 드라마로 재탄생하는 네이버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사진=스튜디오N)
◇IT기업, 왜 영상 콘텐츠인가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영상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새로운 먹거리라는 판단이다. 비디오 커머스 등 영상 사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 다양한 수익화 모델 창출이 기대되는 분야다. 대표적인 예가 넷플릭스다. DVD 배달업에서 출발한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에서 직접 제작에 뛰어들면서 규모를 키워왔다. 현재 시가총액 1146억 달러(한화 128조원)로,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인 디즈니를 위협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카카오M 자회사인 메가몬스터가 제작한 MBC 수목 미니시리즈 ‘붉은달 푸른해’ 스틸컷(그래픽=이동훈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는 10여년 넘게 축적된 웹툰이란 방대한 이야기의 원천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웹툰 2000여개, 다음웹툰 1000여개(카카오페이지 별도)에 달하는 저작권(IP)이 강점이다. 장기적으로 플랫폼 역할도 가능하다. 포털사이트(네이버, 다음)·스마트폰 메신저(라인·카카오톡)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채널을 통한 편성이 가까운 그림이지만, TV를 건너 뛴 유통도 이들은 가능하다.

구체적 방식에선 차이가 있다. 네이버는 분산을, 카카오는 일원화를 택했다. 스튜디오N은 기획·개발 등 프로듀서 중심 회사로 방향성을 잡았다면 카카오는 지분 투자를 통해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매니지먼트숲(공유) 등 매니지먼트도 확보했다.

스튜디오N이 영화·드라마로 동시 기획 중인 네이버 웹툰 ‘비질란테’(그래픽=이동훈 기자)
◇CJ, 해외로 눈을 돌리다

해당 분야에서 현재까지 가장 선도적인 기업은 CJ ENM이다. 지상파를 제치고 오늘날 ‘드라마 왕국’이라 불리는 tvN은 CJ ENM 계열 채널이다. K팝과 함께 세계로 뻗어나가는 드라마의 가치를 눈여겨본 CJ ENM은 2016년 드라마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했다. 인수합병 방식으로 인기 작가들을 수혈, ‘미스터 션샤인’·‘도깨비’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카카오가 도전장을 내는 셈이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듯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개척에 힘 쏟고 있다.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중국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 업체들과 드라마 공동제작 양해각서 체결 및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방영권 선판매 협의 등 중국 사업을 확대를 예고했다. 넷플릭스 외 CBS·워너브라더스·폭스 등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와 공동 제작 및 파트너십 추진 계획도 밝혔다. “글로벌 영토를 넓혀라”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최근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작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사업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단편적인 콘텐츠 판매를 넘어 IP 리메이크와 공동제작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 글로벌 진출 가시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tvN ‘미스터 션샤인’ 스틸컷(그래픽=이동훈 기자)
◇네이버·카카오 진출 기대반 우려반

네이버·카카오의 진입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tvN이 ‘드라마 왕국’이란 수식어를 얻기까지 12년이란 세월이 있었다.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콘텐츠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숱한 적자도 잇따랐다. 업계에선 “밀가루 팔아 드라마를 만든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문화 DNA’를 기반으로 흔들림 없이 투자를 이어갔다. 지금의 자리에 오른 배경이다. 넷플릭스 또한 화려한 성장 뒤에는 만성적인 적자가 존재한다. 네이버·카카오가 이 같은 손해를 감수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IT기업의 장점을 살린 시너지도 시기상조란 우려도 있다. 카카오M 자회사인 메가몬스터가 제작한 MBC 수목 미니시리즈 ‘붉은달 푸른해’가 그 예다. 웰메이드란 평가와 별개로 시청률 5% 전후를 기록하며 답보 중이다.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홍보나 마케팅 차원에서 카카오의 전사적인 지원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내부적 경쟁 탓에 일반 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고 아쉬워 했다.

그럼에도 기존 플랫폼인 지상파의 위기가 지속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물량공세를 이겨낼 수 있는, 몸집을 키울 기회라는 시선도 있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한국 드라마 시장의 외연을 넓히고 다양한 드라마가 제작될 수 있는 기회임은 분명하다. 기존 제작사나 프로듀서 등 시장과 호흡하며 발전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만큼 ‘그저 그런’ 드라마는 성공하기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